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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요나스 요나손 -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또 세계를 여행하는 얘기야?

by Desmios 2015. 11. 25.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6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일전에 쓴 요나스 요나손의 다른 책,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독후감을 다시 읽어봤다. (혹시 읽고 싶다면 이쪽 링크) 별점을 다섯 개나 줬더라. 그런데 이번에는 세 개다. 지난번에 읽었던 책만큼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주인공이 바뀐 똑같은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셈과 언어에 아주 뛰어난, 머리 좋은 여자 놈베코다. 복잡하진 않지만 특이하고 흥미로운 배경을 가지고 있고, 중요한 다른 인물들도 각자 흥미로운 배경 이야기가 충분히 서술되어 있다. 책 내용을 얘기해버리면 너무 크게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대강, 놈베코가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영리한 머리로 사람을 사귀고, 멍청한 방해꾼들을 배제시키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남기 위해 모험하는 내용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라 각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헷갈리는 것을 제외하면 흥미진진하고 뒷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느냐고 밤을 꼴딱 샌 탓에 2주일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빌어먹을!


모험 얘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하거나, 한 작가가 비슷한 작품을 줄줄 쓰는 게 닭 달걀 낳는 것 마냥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슷한 얘기를 사람만 바꿔서 또 하는 것 같다는 나의 혹평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렇게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써낸다면 그 작품들 끼리 비교를 할 때는 필연적으로, "그렇다면 어떤 작품에 나온 등장인물이 더 매력적인가"를 따지게 된다. 그리고 나는 <100세 노인>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을 먼저 봤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인상이 남았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100세 노인>은 좀 더 유쾌했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열차에서 낄낄 거리다가 부끄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까막눈이>는 읽으면서 주인공 이외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계획을 흩트려 놓고 방해하는 게 너무 짜증나고 답답해서 그래서 빨리 다음 내용이, 어서 일이 잘 풀린 엔딩을 보고 싶어 책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피엔딩일 것을 독자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 작품에서, 그 과정을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다음번에 요나스 요나손의 다른 책을 또 발견한다면 나는 책을 집어드는 것을 망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