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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이복영,이혜성 - Why? 사춘기와 성

by Desmios 2015. 12. 30.
Why? 사춘기와 성 - 2점
전지은 지음, 이혜조 그림/예림당

(*주의: 이 독후감은 2008년판이 아닌 2003년판에 해당하는 것임)


애들 있는 집에 가보면 이집 저집 다 가지고 있다는 WHY? 초등과학학습만화 시리즈. 그중에서도 가장 너덜너덜 하다는, 알라딘 판매량 4위[각주:1](151230 현재[각주:2])인 WHY 사춘기와 성을 읽었다. 



성폭력에 관련된 부분에서, 


 ‘늦은 밤에 어둡고 으슥한 길을 혼자 다니는 건 치한의 목표물이 되기 쉬운 위험 요소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p.55


 ‘남자가 혼자 있는 방(특히 밤에는)에 혼자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심부름이나 볼일이 있어도 문밖에서 해결하고 돌아오도록 하세요!’ p.57


  여자는 자고로 환한 낮에 여럿이서 몰려다녀야만 한다는 말인가? 아예 집에만 있고 밖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하거나, 그냥 여자로 태어나질 말았어야 한다고 말하지 왜


낙태에 관련된 부분에서,


'요즘은 낙태를 너무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p.121


  요즘이라는 게 무슨 뜻이지? 그렇다면 남아선호사상풍조 때문에 만행되었던 여아 낙태는 낙태라고 쳐주지도 않는 시술이라는 건가? 자기반성 없이 모든 악행을 ‘요즘’이라는 말로 미루는 것은 어디서 배운 못된 버릇이지.


순결은 얘기만 살짝 꺼내다가 어영부영 넘어가고 데이트 성폭력이 나오나 싶더니 따귀를 올려붙이라는 조언이 서슴없이 나온다. 순결에 대한 결론도 제대로 내리지 않았는데, 어이 없이 동성애에 관한 내용이 끝자락에 붙어 있다. 대체 순결과 동성애가 무슨 연관이 있길래? 


성평등적이지 않은 표현과 그림, 조언들이 불쾌하고, 제목은 <사춘기와 성>인데 지극히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춘기가 그려져 있다. 남성의 사춘기 변화는 '형제의 경우'로 나오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성병으로 이어져 공포감을 조성한다. 


읽으면서 영 불편하고, 뭐 이런 내용이 이렇게 인기 있나 어리둥절. 전문가가 내용 감수를 했다고 읽었는데 도대체 저자가 누구인가를 찾아보니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저자와 책에 쓰여 있는 저자/감수가 달랐다. 알고 보니 지금 팔고 있는 것은 2008년의 개정판이고 내가 읽은 책은 2003년에 처음 발행한 2007년 1판 39쇄 본이었다.


그럼 그렇지. 설마 이런 책을 돈 받고 팔진 못하겠지. 그렇다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수많은 불편함 들을 현재의 <WHY? 사춘기와 성>에 쏟아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2008년판은 보질 못해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대로 가져가는 내용도 있고, 바꾼 내용도 상당하다. 순결 어쩌고 하는 얘기가 쏙 빠져 있는 걸 보니 비판을 잘 알아들었는가 보다. 


결론은, 2003년판 구림. 애들한테 보여주지 마세요. 시대착오라고 놀림 받음.




  1. 새로 출간된 시리즈 구입 이유로 몇몇 책의 순위가 올라갔을 것을 고려하면 정말 잘 팔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2. 151230 기준. 1위 Why? #64 소프트웨어와 코딩, 2위 Why? #51 과학수사, 3위 Why? #55 해부학, 4위 Why? #13 사춘기와성, 5위 Why? #62 생활안전, 6위 Why? #14 공룡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