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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2

첫눈이여 오라 지난 여름 쮼과 함께 봉선화 물을 들였다. 봉선화 꽃 잎을 따고, 잎을 따고, 백반을 넣고, 그들을 찧고, 손톱에 올려 놓고, 비닐을 길게 오려서 손톱을 싸매고,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쭈글쭈글 해진 손가락 끝에 봉선화 꽃잎이 핀다.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 쮼에게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통해서 딸에게 전해져 온다는 것을 얘기해주니 신이 나서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1cm를 넘어 갔던 그 엄지손톱은 급하게 가방을 챙기다가 부러져버렸다.) 얼마전에 서울에 첫눈이 내렸는데 쮼은 수업을 듣고 있느라 첫눈을 못봤다고 아쉬워 했다. 손톱 끝에서 떨어질락 말락 걸려 있는 봉선화 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든다. 쮼은 자신이 보지 못한 첫눈은 .. 2008. 11. 25.
봉선화 물들이던 날 여자 아이들은 대부분 이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래서 손톱에 봉선화 물을 들이고 간 남자는, 남자친구들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못듣지만 여자 친구들에게서는 들을 수 있다. 봉선화를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그래서 남자친구들이 그의 손톱을 보면 '남자 새끼가 그게 뭐냐' 라는 소리를 듣고 여자친구들이 그의 손톱을 보면 '첫사랑 이루어 지라고?'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가 낭만적인 성격인가 아닌가 나는 알 수 없다. 그저 나 자신의, 봉선화와 손톱 물들이기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뿐이다. 나는 손톱이 예쁘거나 손이 예쁜 것도 아니라서 길러서 남 보여줄 생각도 없고, 애초에 그런 미학적인 이유보다는 그저 나는 손톱을 길게 기르면, 컴퓨터 타자를 치기 불편하기 .. 2008.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