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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 혀 혀 - 조경란 지음/문학동네 간만에 아주 배부른 소설을 읽었다. 발터 뫼르스 식으로 얘기 하자면, 오름을 관통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조경란의 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형용사는 '감각의 제국'이라는 묘사이다. 영화 '감각의 제국'과 많이 비교가 되면서 연인에 대한 소유욕이 화자되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저 그 제목 그대로, 감각: 미각으로 세운 제국과 같은 치밀한 소설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잊고 있던 감각에 대해 일깨워준 제일 충격적인 소설은 아무래도 쥐스킨트의 향수이지만, 향수에서는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조경란의 혀 만큼 민감하게 감각적인 묘사를 향유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혀'의 스토리가 단조로운 것은 아니다. 나는 친구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이미 스토리를 다.. 2011. 10. 24.
김정운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김정운 지음/쌤앤파커스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서로 목소리 높여가며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 남는 것은 동물적인 공격성, 분노, 적개심뿐이다. 분노, 적개심, 공격성이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다들 '건드리기만 해봐!'하는 표정이다. 미칠 지경이다. 아니, 도대체 왜들 이러고 사는 것일까? 이 시대, 이 땅에 사는 남자들의 '재미'란 무엇인가. 저자는 사는 게 재미가 없기 때문에 남자들은 쉽게 화내고, 조급하며, 자주 좌절한다고 얘기한다. 이전에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 독후감(독후감 링크)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 .. 2011. 10. 12.
에바 헬러 -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ㄷ 다른남자를만나면모든것이달라진다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에바 헬러 (열린책들, 2001년) 상세보기 원어 제목인 『Beim nächsten Mann wird alles anders』가 본래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구글 번역에서는 '동안 다음 사람, 모든 것이 변합니다'라고 나온다) 이 책은 『다른 남자를 꿈꾸는 여자』로 발간했던 것을 지금의 제목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제목을 보고, 지금 남자를 갈아치워라! 인 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차라리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라면 책의 내용이 보다 더 잘 들어났을지 모르겠다. '사회와 인간의 실상, 그 허위와 모습을 간파하는' 작가라는 에바 헬러의 책은 이 것이 허위를 풍자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고 보다.. 2011. 10. 10.
백가흠 - 힌트는 도련님 힌트는 도련님 - 백가흠 지음/문학과지성사 이건 별로 좋지 않은 버릇인데,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재미 있으면 같은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읽어버리려고 한다. 나는 음악도 한 곡이 괜찮으면 그 가수의 앨범을 다 들어보는 식인데, 음악 듣는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책을 이렇게 읽으면 쉽게 질려 버리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참고, 백가흠의 다른 소설을 읽은 다음 틈을 둬서 힌트는 도련님을 읽은 것인데도 아오 지겨웠다.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똑같다. 이런 같은 방식으로 단편을 썼으니 한 권을 읽는데도 이거 또 이런 식이구만- 하고 티날 수밖에. 감질맛 나게 현재와 과거를 섞어 이야기 하는 그 방식에 처음에는 쉽게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건데? 하면서 작가를 쫄레쫄레 따라가지만, 이내 잡은 손을 .. 2011.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