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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81

The way out Pentax K20D, F8, 1/10초, ISO 400, 18mm(18-55) 2010-11-09, 국민대 국제관 '나도 내가 뭘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면 차라리 좀 나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으니 드는 건 죄책감 뿐이다. '솔직하게 말하기'와 '말하는 것을 안참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 어떻게든 충격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과연 그를 위한 것인지 내가 나쁜년이 안되고 싶어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자괴감에 빠진다. 결국은 "내가 개년이지"라는 말 밖에 나올 일 없는 병신 같은 상황.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탓잉께 어쩔 수 없다. 2011. 6. 2.
10월에 가는 편지 Pentax K20D, F9.5, 1/750초, ISO 200, 32mm(18-55) 2010-03-26, 을왕리 가는길 엽서를 쓰면, 철새가 돌아오는 10월에 발송해준다는 우체통이 있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보세요"라는 말에 나는 제일 먼저 그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엽서와 펜을 들기는 쉬웠으나 그 위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 가는 것은 어려웠다. 사실 단 한 자도 쓸 수 없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요즘 나는 어떻게 지내느냐. 그와는 어떻게 되었느냐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내가 과연 그 질문에 대답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나는 내 자신에게도 더 이상의 말을 쓸 수는 없었다. 편지가 오는 그 때, 우리는 어디를 쳐다보고 있을까. 왜,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말도 하기 .. 2011. 6. 1.
햇빛 노란 텅빈 거리의 꿈 Pentax K20D, F8, 1/1500초 ISO 400, 55mm(18-55) 2010-02-26, 수원화성 성벽 같은 삶을 반복해서 다시 사는 꿈을 꾸었다. 꿈을 깨기 직전에는 지금까지 삶아왔던 모든 삶들이 한 눈에 흘러가며 나를 아련하게 했다. 강압적이고 아버지였던 나는 가족 식솔을 이끌고 세계 멸망의 날에 도망 다니다가 가족들도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순간에 같은 삶을 다시 살 기회를 갖게 되었다. 비슷한 삶이었다.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었고 가족들을 억압했다. 다시 사는 삶속에서도 또다시 멸망의 날이 왔고, 나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가족을 잃어 버리고 혼자가 된 나는 늙어가며 가겟방 아줌마와 재혼을 하기도 했다. 지저분하고 술에 취해있는 괴팍스런 늙은이. 그런데도.. 2011. 2. 13.
숲 속에서 Pentax K20D, F5.6, 1/250초 ISO 400, 55mm(18-55) 2010-06-19, 가평 여름의 초입에 문득 나무가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초록의 공간에서 호흡하고 싶다. 소슬비가 내리는 주말, 어디로 가면 좋을까 생각하다 도서관 뒷길을 올랐다. 비가 많이 오면 물길로 변할 고랑을 건너며 물안개가 살작 낀 숲 속에서 우산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우산을 접고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가느다락 빗줄기를 맞고 있으니 비가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곳은 고요하지만 적막하지는 않다. 빗방울 소리가 숲 속을 채운다. 토독토독 작은 파열음 사이로 저 멀리 도서관 환풍기의 소리가 섞여 이 곳은 현실에서 살짝 빗겨 있는 것 같다. 보드라운 융단을 깔아 놓은 것 처럼 보이는 .. 2010.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