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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정54

누군가의 의자 Pentax K20D, F4.5, 1/250초 ISO 100, 18mm(18-55) 2010-05-02, 성북구 정릉동 거북바위길 골목과 골목 사이의 담벼락에 약간 부서진 빨간 의자가 놓여져 있었다. 일요일 오후의 소근소근함이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그 골목에 있자니, 남의 집 담 너머로 들리는 평온함을 부러워 하는 떠돌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감히 주인이 있을 것 같은 의자에 엉덩이를 올려 놓지 못했다. 2010. 7. 6.
막힌길 Pentax K20D, F6.7, 1/250초 ISO 400, 38mm(18-55) 2010-2-26, 신촌 분명 이 앞으로 더 가면 길이 막힌다는 표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슨 베짱인지 표지를 무시한다. 그래도 뭔가 샛길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뭔가 넘어갈 수가 있지 않을까. 막힘 표지를 보자마자 뒤 돌아 갔으면 벌써 돌아서 갔을 길을 나는 기어코 앞으로 나가 막힌 길을 보고야 만다. 표지를 확인 받은 기분은 기이하게도 안심이 되면서 내 자신에게 씁쓸해진다. 고집쟁이, 막혔다는 표지를 봤으면서 2010. 7. 4.
신촌 골목 Pentax K20D, F4.5, 1/125초 ISO 400, 18mm 신촌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골목 어떤 사람들이, 이 골목 사이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발 밑으로 그 꽁초를 떨어뜨렸는지 난 알지 못한다. 볕들날 없는 골목의 가로등은 반대 블록으로 가로 질러 가고 싶은 여성들에게 노란 불을 뿌리며 존재 의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 골목으로 향해있는 문들이 열릴 날이 있을까? 2010. 5. 4.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정한 눈빛, 웃음, 꽃, 그대의 열정, 크리스마스 쿠키, 서정적인 그림, 맛있는 것을 나눠 먹거나 누군가와 유쾌한 시간을 공유하는 것, 마음과 마음을 서로 주고 받는 것, 문화, 미안해라는 말, 음악, 탈무드, 오바마의 스피치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 누군가는 햇볕에 마른 수건 냄새에서 따뜻함을 얻고, 누군가는 늦잠자고 일어난 일요일 오후 빗소리에서 따뜻함을 얻는다. 세상에 수많은 사소하고 사소하지 않은 많은 것들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씻어서 올려 놓은 쉐이커의 플라스틱 주둥이가 햇빛을 받아 상큼하게 반짝거리면, 죽도록 싫은 설거지도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무엇이 된다. 2010.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