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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요나스 요나손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by Desmios 2014. 6. 1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10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열린책들


  읽으면, 참 잘 읽었다 하고 배불러지는 책이 있는 반면에 시간만 버렸네 하고 한숨을 쉬느라 배가 꺼지는 책이 있다. 책 표지에 요란하게 써진 이 상을 탔어요 저 상을 탔어요하는 광고가 그 배부름의 정도를 결정해주진 않지만, 한 일곱개 정도 되는 상을 탔다는 것과는 상관 없이 이 책은 배부른 책이다.


  이야, 도대체 마지막으로 포스팅을 올린 후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블로그를 꽁꽁 얼려 두었나 라는 하소연을 할 법도 싶지만 일단 100세 노인의 이야기나 좀 하자 내 얘기는 아직 할 시간이 많을 테니 말이다. 


  10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 치고는 내용이 참으로 역동적이다. 그리고 100년, (말이 100년이지 세상에 100년이나 살다니!)의 이야기를 다룬 책 답게 참 두껍다. 노인의 전쟁이 노인을 젊은이로 되돌린 SF 액션극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노인의 액션극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뽈뽈빨빨 움직일 수 있다니 100살이면 막 못움직이고 말도 안하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드니 S 빠진 F 액션극일 것이다.


  얼마전에 뭐 여차저차 한 일로 한 여든 정도 되셨다는 분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많은 사람 속에 부대껴서 신경이 곤두 선 내가 함께 있던 고모에게 "같은 말 또 하고 또 해서 너무 힘들었다"며 투덜거렸다. 고모는 나이가 들면 다들 그렇게 된다면서 본인도 어렸을 때는 그렇게 말하는 나이든 사람들이 불편했는데 지금 당신이 나이가 들고 나니 똑같더라고 하셨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이해해야해"

  클린턴도 이 제품을 쓰고, 결국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도 우릴 지원한다는 둥 하는 이상한 논리로 나를 피곤하게 했던 그 할아버지에게도 60여년의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비록 알지 못하고 들으려 하지도 않았지만 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처럼 신나고 유쾌한 모험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역시 그 논리는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기로 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하루 종일 이 파란 책을 들고 스페인, 미국, 중국, 이란, 소련, 북한 등지로 돌아다니면서 몇 번이나 캴캴 거리며 웃었는지 모르겠다. 한 중간쯤 읽었을 때는 웃음 소리를 감추느라 책 중간에 나온 네순 도르마Nessun dorma를 틀어 놓았다. 네순 도르마 라고 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공주는 잠못이루고'(라고 잘못알려져 있다는, 나도 그래서 그걸로 알고 있었던, 제대로 된 이름은 '아무도 잠들지 마라') 더군! 



  사실은 내가 깔깔 거렸던 부분을 적어 놓고 싶지만 그랬다간 스스로 책을 읽는 재미를 망칠지도 모르니 한 부분만 적어 놓는다. 이 책이 재밌으려나? 하고 고민하시는 분들이 읽고 흥미로워 책을 읽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지 결단코 절름발이가 범인이라고 외치는 악독한 마음에서가 아니다.



  그나저나 나는 이 영상을 보고, 책을 읽은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분명히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한장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예고편을 보니 아니더라. 그럼 이건 어디 나온 장면이지?


<76세 모건 프리먼의 액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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