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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샤오춘레이 -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0903

by Desmios 2009. 3. 27.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샤오춘레이 (푸른숲,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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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 시간이나 정치학 시간에 '샤오춘레이'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빌렸는데 다 읽고 나서 노트를 찾아보니 샤오춘레이가 아니고 샤오메이 천(Xiao-mei chen)이었다. 
 이렇게, 오해와 함께 시작한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은 살짝 지루한 책이었다. 

  몸의 이곳저곳을 나누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해 놓고 작가가 논평을 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방식은 방어적이기도 하고, 여성주의적이기도 했다가 갑자기 자신의 개인 취향이라는 식으로 둘러대며 마치기도 하고. 발에 대해서 얘기 하는 장은 전체가 중국 풍습인 '전족'에 대해서만 쓰고 있다. 문화사전이라고 해놓고 그 문화라는 것도 서양의 문학에 나온 구절을 중심으로 살펴본 문화 몇 가지하고 (그것도 유명 서양 작품에서만 추출한 것이라서 다양한 문화가 아니라 편협하기 그지없고) 서양(이국)문화가 나왔는가 싶으면 어느새 재빨리 중국의 일례로 들어가서 중국 이야기로 끝난다.

 결국 나는 읽는 내내 이게 어디를 봐서 문화 '사전'이라는 것인지 '지혜'는 또 어디 간 것인지 그럴 거면 차라리 '샤오춘레이의 여성관'이라고 제목을 짓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 이름에 익숙하지 않아서 샤오춘레이가 여잔지 남잔지 헷갈려 하면서 계속 글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부인이 있는 남자였고 다시 한 번 훑어보니 전체적으로 몸의 각 부분을 열거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몸의 형태에 대해서 쓰고 있다. 뭐임! 
79페이지
  나는 눈썹과 눈망울이 가득한 여자가 좋다.
차라리 마광수씨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읽는 게 훨씬 좋을 뻔했다. 중국 이야기를 하고 싶긴 하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중국 이야기를 알려줘야지! 하면서 유방이니 공자니 송나라의 유극장이니 하는 이름을 늘어놓으면서 감초처럼 살짝 위고 이야기를 끼워 넣는 것은 누굴 대상으로 쓴 것일까? 서양 사람들이 송나라의 유극장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중국 사람들이 익숙한 유방의 이름을 들으면서 생소한 D.H.로렌스의 이름을 보고는 '아 이 작가 존내 유식하구나'라고 생각하길 바라는 것일까?




 <재밌었던 구절>
  (표지의 문구에 의하면 '잔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96페이지.
   이렇게 악독한 눈으로 유명한 인물로 스페인 국왕 알폰소 13세가 있다. 1923년 이탈리아를 방문한 그가 배를 타고 제노바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광풍이 일며 네 명의 선원이 비명횡사하고, 부근에 있던 잠수정의 공기 압축기가 폭발하여 한 사람이 죽었다. 이어 나폴리 항에 도착하자 예포를 발사하는 청동대포가 폭발하여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또 그와 악수를 했던 군관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언젠가 그가 가르다 호수를 지나간 적이 있는데, 그 다음 날 바로 호수의 제방이 터져 50여 명이 사망했다. 이로인해 알폰소 국왕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1931년 그가 다시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무솔리니는 그와의 접견을 거부했고, 그를 위해 열린 연회에도 국왕만 참석했다. 이렇듯 강력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라고 해놓고 그 사람 사진 한 장 없다. 그 강력한 눈빛을 보고 독자들이 죽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던 것일까 아니면 사진은 모두 눈이 흐리멍덩한 것 들 밖에 없어서 일까? 그냥 좀 불운을 몰고 다녔다고 해도 될 텐데 꼭 눈빛이 강력해서 그랬어야 하는 것인가? 직접 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스페인국왕이었던 알폰소 13세
271페이지
  오대 시대 왕응의 미망인 이씨가 개봉의 한 숙소에 묵으려 했는데, 가게 주인이 방을 내주지 않고 그녀의 손을 당기며 그곳을 떠나라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그 더러운 손으로 내 몸을 더럽힐 수는 없지요"라며 도끼를 꺼내 팔을 잘랐다. 그녀는 순결을 팔 하나보다 더 귀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무척 낯선 관념이다. 오늘날 우리는 신념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팔 하나를 포기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란 어떤 것일까? 만약 당신이 팔 하나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직 진정한 가치 혹은 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뭐야 지금, 순결하자고 하는 것인가? 하고 확 털을 곤두세우고 나면 '신념'이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가치와 진리'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러면 나는 뭐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사람은 신념이 있어야 하는 거라는 게 골자 맞지? 라고 갸우뚱했다가도 그래도 어떻게 저런 예를 들면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그러는 거지 하고 다시 털을 확 세웠다가 또 다시 갸우뚱 했다가 하면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