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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영화] 미스트 The mist

by Desmios 2009. 4. 3.
미스트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2007 / 미국)
출연 토마스 제인, 로리 홀든, 마샤 게이 하든, 안드레 브라우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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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사는 친구가, 교양 수업 과제를 하는데 영화를 봐야 한다면서 노트북을 빌려갔다. 친구는 영화를 보는데 썼던 프로그램을 깨끗이 지우고 파일도 다 지웠다고 생각했지만 파일 지우는 것을 까먹었고, 덕분에 나는 보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영화를 같이 본 친구는 굉장히 인상이 깊었는지 영화 보고 나서도 내내 멍하게 그 영화 내용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더니 다른 사람의 감상평도 한번 죽 훑어 봤고 다들 "마지막 장면에서 누가 뒷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도 꽤 찝찝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나는 '일반적인 영화의 공식[각주:1]'에서 벗어나는 영화 내용의 흐름이 재미있기는 했다. 킬링타임용으로도 괜찮았고 생각할 거리도 주었으니 그정도면 꽤 괜찮은 영화였지. 나는 어이 없는 내용이 불쑥 나오는 것을 싫어해서 공상과학 같은 무슨 화살촉 프로젝트니 괴물이니 하는 것이 나왔을 때는 약간 불쾌했지만 그런 '비현실적' 요소를 영화의 재미를 위한 소품으로 생각하고, 사실 나는 딱히 화려한 외관의 괴물에 열광하지도 않기 때문에 적당히 놀랄 부분에서는 놀라고 징그러운 부분에서는 웃으면서 재미있게 봤다. 

  그래서 그런 함정들을 쇽쇽 피하고 나면 남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무언가 하는 것이고 나는 그 알맹이 중에서 090402 목요일의 나는 '두려움'을 골랐다.

01234


'상식'에만 얽매여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오판하는 사람들, 종말론적인 성향의 종교 색채를 강하게 띄며 광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자신을 버리는 사람들-자살하는 사람들, 자신이 기댈 수 있는 것에 기대려는 사람들-신, 아버지, 휩쓸리는 사람들, 그리고 주인공과 친구들(ㅋㅋ)

친구의 교양 수업시간에서는 익숙한 것(canny)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uncanny[각주:2])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서 배우면서 미스트를 봤지만(함께 다룬 것들 스티븐킹의 부기맨 : 옷장, 주온 : 이불과 머리감기) 나는 '두려움에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는 두려움-공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자신의 두려움을 남에게 맡기고 도피하는가, 진심이 아닌 오기로 두려움에 맞서는가, 자신을 버리고 두려움에 굴복하는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에 온 노력을 쏟는가.



  물론 사람들이 대중으로 모였을 때 좀 어리석게 변한다는 것,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에 대면했을 때 훨씬 멍청하게 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틀 밖에 안된 시점에서 설마 그렇게까지 광신도적으로 변할까 하는 것에 대한 부분과, 사람들이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심도있게 다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약간 아쉬웠다.





  1. 주인공: 산다, 주인공 애인: 산다, 애완동물(이나 애완동물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 어린애): 산다, 그런 동물을 쫓아다니는 사람: 죽는다(혹은 귀찮게 된다), 깝치는 남자: 죽는다 [본문으로]
  2. uncanny [ʌnkǽni] a. (-nier; -niest) ① 엄청난, 무시무시해서 기분 나쁜; 초인적[초자연적]인. ② 괴기(怪奇)한, 신비스러운. ③ 【Sc.】 힘드는, 엄격한, 위험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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