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77

눈꽃 눈이 살포시 잎사귀 위에 피었다. 솜솜 맺힌 것이 보드랍고 따뜻해 보인다. 혹 불면 민들레꽃씨마냥 훨훨 난다. 자기가 꽃인줄 알고 있다. 목화라 하니 영조와 정순왕후의 일화가 생각난다. 영조는 조선 왕 중에서 제일 장수한 왕이고 말년에 노망이 들고 아들을 뒤주에 가둬서 죽이기는 했으나 훌륭한 일도 많이 하고 정치도 잘 한 왕이었다고 한다. 영조가 65세에 왕비를 잃고 새 왕비를 맞아 들이기 위해 여러 규수를 불러 시험하였다. 후에 정순왕후가 된 김처자(이름도 없냐)는 그 자리에서 훌륭한 대답을 하여 정순왕후가 되었고 그 문답이 현재에도 남아 있다. 어떤 꽃이 제일 좋으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다른 사람이 목련, 연꽃 등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부르는데서 김처자는 목화꽃이라고 대답했다. 목화꽃은 아름답거.. 2009. 1. 25.
오래되고 지겨운 새해 또 다시 새해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나도 이제 일곱살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노란 오후로부터 십오년이 지났다. 지겨운 새해가 또 왔고, 앞으로 꼽을 새해도 한참 남았다. 아 지겹다. 말세니 말세니 하면서 세상은 끝날줄을 모른다. 뜨지 않을 것 같던 해가 뜨고 다시 뜨고 또 뜬다. 해가지고 날이 바뀌면 어떤 높고 굳은 바위도 자갈이 되고 먼지는 별이 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나라도 없고 영원한 정권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을 견디기만 하면 되는 걸까? 어째 매번 똑같은 질문만 반복된다. 그마저도 지겹다 2009. 1. 24.
80점 인생 그에게라면 털어 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 아마도 한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 내가 그의 모습을 기억하려고 떠올리면, 기타 넥을 가늘게 잡은 팔이 떠오르는 사람. 내가 아는 미친 사람들 중에 그나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하지만 그건 도박일까? 생각해 보면 나와 그의 사이는, 나와 親友의 사이만큼 가까운 것은 아닌데. 왜 나는 나의 80점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그가 떠올랐을까? 아까 말했듯이 내가 아는 미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왜 그녀가 아니고 그였을까? 그것은 그의 전락적 대외 이미지 정책에 내가 휩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그가 보고 싶었다. 열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이 조석간데가 없다. 그∽담배 가 그립다. 2009. 1. 15.
年年歲歲人相似 年年歲歲花相似 해가 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꽃은 서로 닮는다. 歲歲年年人不同 나이를 먹고 해가 가도 사람은 서로 닮지 않는다. -마스터 키튼 3권 나는 나의 부모님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 가는 것을 보며,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바로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서로 사랑하고 언제나 서로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싸우고 말다툼도 하고 반찬 투정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면서 오래오래 살면서 서로를 닮고, 서로의 좋은 점도 닮고 서로 싫은 점도 닮고 결국에는 둘 다 바보가 되어서 헤헤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세계는 다들 반쪽 짜리 하트들이 살고 있는 세계였다. 한 잘생긴 반쪽짜리 하트가 있었다. 그는 멋진.. 2009.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