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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학기에 같은 수업을 두개 들었던 심남이와는 결국 아무 썸씽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람을 가까이 둔 덕에 재미있는 책을 추천받았다. 대부를 빌릴 때는 대충 말하더니(단편소설 쪽이나 찾아 보라는 무성의한 답장을 보내다니 너무함 - 대부독후감링크) 추천 받은 이 책은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방금 읽었어요 정말 재밌네요ㅎ"에 대한 답장은 여전히 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호감도 상승!
1 명예
나 자신도 명예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터라, 카타리나가 취조, 그리고 왜곡보도 과정에서 느꼈을 모멸감을 알 것 같다. 가로등을 설치해주고 보도블럭을 갈아엎어준 대가로 국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취조에 응했는데 참으로 배은망덕하다는 생각을 했을 법도 싶다. 증거물을 찾는다고 우편물, 전화 도청, 집안의 먼지나 지문, 영수증내역, 가계부, 쓰레기통까지 뒤져서 내 앞에 들이밀면 사실 여부를 떠나서 불쾌해 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심즈3 탐정직업군의 쓰레기통 뒤져서 증거물 찾기>
우리집 쓰레기통을 누가 뒤진다면.... 켕기는게 너무 많아
우리집 쓰레기통을 누가 뒤진다면.... 켕기는게 너무 많아
나의 행동, 우리집에 놀러오는 친구들, 내가 쓰레기를 내놓는 패턴 따위를 누군가 보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신경질이 다 난다. 내가 지금 누구랑 사귀고 누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가족들 사이에서만 퍼져도 식사시간이 답답한데, 누가-얼마나 자주 우리집에 오고 내가 누구와 전화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느냐 하는 것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굉장하다.
2 전해지는 말과 왜곡보도
신문에 나온 온갖 중상모략은 여러 사람에게서 모아져 입을 거치며 왜곡되었다. 말이 와전되고 왜곡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예술작품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저주편지 받는 부분은 영화에 안나오네
해리포터 불의잔에서, 헤르미온느가 예언자일보의 잘못된 기사 때문에 각종 저주편지들을 받을 때 아니 무슨 남의 일에 굳이 편지까지 보내면서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카트리나를 읽고 나니 아주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밑의 글은 그 일부
간단히 말해, 아니 차라리 그보다 통계적으로 말하자면, 나머지 열여덟 통의 우편물 중 익명의 일곱 통은 손으로 쓴 '음탕한' 섹스 광고였고 어떤 식으로든 "공산주의자들의 암퇘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다른 익명의 엽서 네 통에는 섹스 광고 없이 정치적인 욕설이 적혀 있었다. "빨간 두더지"에서 "크렘린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다섯 통의 편지에는 《차이퉁》의 기사가 오려 붙여져 있었는데, 대부분의 편지가, 그러니까 대략 서너 통은 가장자리에 빨간 잉크로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주로 "스탈린이 할 수 없었던 것은 너도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두 통의 편지는 종교적인 경고를 담고 있었는데, 두 경우 모두 동봉한 종교적인 책자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넌 기도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가련한 탕아야." 그리고 "무릎을 꿇고 회개하라. 신은 아직 너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익명의 엽서 네 통에는 섹스 광고 없이 정치적인 욕설이 적혀 있었다. "빨간 두더지"에서 "크렘린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다섯 통의 편지에는 《차이퉁》의 기사가 오려 붙여져 있었는데, 대부분의 편지가, 그러니까 대략 서너 통은 가장자리에 빨간 잉크로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주로 "스탈린이 할 수 없었던 것은 너도 못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두 통의 편지는 종교적인 경고를 담고 있었는데, 두 경우 모두 동봉한 종교적인 책자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넌 기도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가련한 탕아야." 그리고 "무릎을 꿇고 회개하라. 신은 아직 너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챕터 34 p80
와, 정말 열성적인 독자들이다. 자기 시간을 내면서까지 저런 편지를 보냈을 정도니 기자는 좀 자랑스러워 해도 될 것 같다.
3 언론
작가인 하인리히 뵐은 이런 상황이 기자 개인의 문제인가 언론과 사회라는 제도적인 문제인가 하는 것을 잠깐 언급만 하고 지나갔다. 이 것은 무엇이 '더' 문제인가 라는 시비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문제인 것이다. 기자는 바로, 독자가 이러한 선정성을 원하는 것이라며 켕기는 마음을 감추지 말고 독자는 무슨 일만 있으면 키보드 워리어로 글빨 날리면서 '원빈과 장동건 키스!' 를 클릭했다가 '드라마에서!'를 보고 분통 터트리지 말라는 소리다.
사실 나도 무엇이 더 문제인지, 도대체 뭘 고쳐야 이 지저분한 꼴을 보지 않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KBS 뉴스를 보면 그 정권의 나팔수 같은 모습에 짜증이 나서 인터넷 뉴스를 볼 뿐이다.
잠깐 엇나간 맥락에서, 내가 다니는 '언론정보학부'에서는 언론학과 광고학을 가르치는데 나는 나름-진실을 밝히는 것인 언론과 사실을 포장하는 광고를 같이 가르친다는 것을 항상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를 해보니 이 둘을 묶어 놓은 것이 그리 바보 같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 역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광고는 보다 노골적인 반면 언론은 아닌체 하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아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줄거리로 역자인 김연수씨가 작품해설에서 아주 잘 요약해 놓은 것을 옮겼다.
추신.
이따금 농담으로,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내가 만약 살해돼서 경찰이 내 방 증거확보에 나서면 네가 용의자 1순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만약 경찰이나 기자가 내 집 근처 이웃들에게 인터뷰를 나오면 앞집의 (삭아지박아지) 아줌마는 나에대한 험담을 아주 실컷하겠지. 진절머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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