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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 마지막 담배

by Desmios 2009. 6. 24.

마지막 담배 - 2점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들녘(코기토)

  꼭 담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지막' 이라는 말이 주는 여운은 정말 황홀한 기분 아닌가. 게다가 '마지막 담배'라니 무언가 종말적이고 대재앙 끝에 선 남자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최후를 예감하고 갈무리 해두었던 마지막 담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주름이 지고 금방이라도 꺾여 버릴 것 같은 궐련이다. 행여 부러질까 조심스럽게 입에 물고 역시 조심스럽게 불을 붙인다. 절대 불은 한 번에 붙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필터를 잡고 아주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 마신다. 오랜 시간 니코틴을 맛보지 못했던 그의 허파가 폐포를 힘껏 팽창에 연기를 긁어 쥔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온 연기는 그리 많은 양도 아닌데다가 공기중으로 순식간에 흩어 진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뗀다. 살아 온 모든 순간 중 단 한 순간도 그가 이렇게 최후를 맞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바로 이 곳이 나의 죽을 자리라니. 그리고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가 떠나간 자리에는 반도 더 남은 궐련이 금방이라도 꺼질듯 담배불을 반짝이며 마지막 연기 신호를 보낸다. 내가 이 곳에 있었다.

  마지막 담배라고만 해도 이런 장면이 순식간에 머리를 지나가면서 황홀해진다. (나만?) 

  그런데 이 책은 황홀하지도, 멋지지도, 쿨하지도 않다. 왠 남자작가 (돈 완전 많이 번 통속소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이상 하나같이 궁상스런 느낌이다) 가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담배 얘기를 슬쩍 끼워 넣었다. 아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좀 구리구리하다. 반이 좀 안되게 읽고 나니까 내가 뭐하러 이런걸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때려치기로 마음 먹었다. 별점을 줘야만 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1/2 별점도 없으니까 하는 수 없이 별점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