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 손창섭 지음, 조현일 엮음/문학과지성사 |
손창섭의 단편집을 읽다보니, '비 오는 날' 단편을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났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한지 십년이 넘지 않은 내 주변인들에게 대충 이야기를 설명하니 대부분 잘 상기한다. 그리고 나역시, 고등학생 당시 읽은 후 잊고있었던 한국 현대 문학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 쿰쿰하고 눅눅하고 지린내 나는 더러운 냄새가 난다. 일 할 데 없는 남자들의 분노와 그런 남자와 자식을 먹여 살리는 여자들의 경멸이 섞여 또 불쾌해진다. 이 소설에 대해서 "그렇게 우울해 할 시간에 일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그럼 기록은 누가 남겨서 후대 사람들이 읽고 배우냐"고 공박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이 불쾌감을 부정할 수가 없다. 차라리 읽기 싫은,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요즘 다자이 오사무에 빠진 다른 친구에게 손창섭 단편집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으니 그 친구도 역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절망적인 인간이 아니라 절망적인 환경, 그녀의 말 표현에 의하면 찌질한 인간의 자기비하가 아니라 지랄같은 환경이 주는 자학이 주는 불쾌함은 싫다고.
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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