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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을 찾아 보면 '최고의 영화', '10번 돌려봤음' 하는 것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첫번째 볼 때 앞부분은 역해서 두번이나 끊어 봤고, 두번째 볼 때는 빠르게 재생해서 원하는 부분 (타일러가 쇽쇽 등장하는 부분)을 돌려 봤을 뿐이다. 10번 본 것도 아닌 이른 바 '비전문가'가 하는 말이라서 마음에 안들지는 모르겠지만, 뭐 굉장하니 재밌니 폭력적이니 하는 거 다 때려치우고 이
남자의 저열한 속마음
을 좀 보자.
편의점에 있던 사람을 끌어내 총으로 협박할 때, 브래드 피트가 에드워드 노튼의 손을 지질 때. 타일러는 신이 된 기분을 맛본다. 남의 생사를, 남의 고통을 자신이 주관하는 기분. 나의 '힘' 앞에 사람이 벌벌 떨고 애원하는 모습.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의 세상과 그 인생을 주관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
그리고 바로 그 것이 살인자들이 느끼는 희열이다. 폭력으로 사람을 굴복시켜 얻는 저열하지만 강렬한 희락.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그런 기쁨을 느끼고자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신이 되길 원한다. 고통을 받아들이라는 둥, 사람은 언젠간 죽는 것이라는 둥, 자유로워 지라는 둥, 너는 네 삶을 낭비했다는 둥 (쏘우) 다 개소리다.
아버지는 신의 모델이지, 아버지가 우릴 버리면 신은 어떨까? 이것 봐, 이럴 수도 있어 신이 널 싫어하고 널 원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널 증오하는데 이깟 화상이 대수야?
이런데서 폭력으로 성한 자는 폭력으로 망한다는 둥, 폭력으로 사람을 장악하는 사람은 더 큰 폭력 앞에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둥 하는 건 소용 없다. 이 영화는 폭력의 폭력을 위한 영화일 뿐이기 때문에 그냥 쿨하면 되는 거지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도 없다 사실. 총을 든 빅 대디가 나타나서 위협 했을 때, 나는 더 큰 폭력으로부터도 약속을 받아 낼 수 있는 남자다! 이러는 꼴에, 폭력은 여하튼 나쁜거야 라고 교회선생님 처럼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그저 이런 영화를 보면서 기분 좋아 하는 남자는 마초겠구나 생각하며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수정하는 것 뿐이다. 파이트클럽을 괜히 영웅시 할 필요도 어려운 영환가 생각하면서 현란한 타일러 더든의 말에 놀아날 필요도 없다. 그냥 마치스모macismo 영화일 뿐이다. (그래서 고환암이니, 거세한다는 협박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남성성을 증명하고 싶은 파이트클럽에서 남자의 심볼을 잃게 된다는 건 살가치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질테니 말이다) 2
++ 추신 : 같이 영화본 친구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둘의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브래드 피트는 마초고 안젤리나 졸리는 여전사 같은 느낌 아니야? 그러다가 생각해 본 게,
브래드 피트는 마초로 많이 나오고, 안젤리나 졸리는 여자마초로 많이 나온다.
와! 마초 커플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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