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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108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내 똥꼬, 박진하 시, 백창우 곡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장소는 바로 공인중개소가 아닐까 (부동산이라고도 한다) (관련해서 알맞는 지식인 질문이 있길래 링크 걸었다) 뭐 좋은 방이 있다는 둥, 그 방은 나갔는데 여기는 어떻냐는 둥, 꼭 여기서 하라는 둥, 연락한번 해달라는 둥, 벌써 방은 구하셨냐는 둥, 여기가 딱 어울린다는 둥, 적벽돌로 지었다는 둥 달달볶고 구스르고 친절하고 전화하고 생글생글 웃다가 일단 계약 성립이 되고 난 다음에는 이것 좀 해주세요 저것 좀 해주세요 하면 나몰라라 하고 일단 자기 변명 부터 하기 바쁜 업자들 물론, 자기 합리화는 건강에 좋은 것이고 자위도 필요한 것이겠지마는. 사람이 말을 하면 내 비난이다 생각하고 재빨리 방어 논리를 짜서 내가 잘.. 2009. 1. 31.
미안!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하나둘(셋)'을 외쳐주지 않으면 다들 걱정되서 난리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면 다들 와서 작은 카메라에 머리를 들이 밀으며 자신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의견 조율이 안되려 쳐도 단체 사진을 올리는 사람은 더 많은 스크랩수를 올리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제일 잘나온 사진을 올리려고 해준다. 사실, 더 많은 스크랩 수라는 얼핏 치졸해 보일 수 있는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세상 일이라는 것은 주는 만큼 오고 오는 만큼 또 가는 게 아니겠는가. 내가 남들의 흉한 사진을 많이 올리려면 나 자신도 흉한 사진이 올라갈 각오를 해야 하는 법. 남들 잘 패는 놈은 맞을 각오도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집 개 (이름이 뭐더라) 가 "왜 시발 나 눈감은거 올렸어!" .. 2009. 1. 26.
눈꽃 눈이 살포시 잎사귀 위에 피었다. 솜솜 맺힌 것이 보드랍고 따뜻해 보인다. 혹 불면 민들레꽃씨마냥 훨훨 난다. 자기가 꽃인줄 알고 있다. 목화라 하니 영조와 정순왕후의 일화가 생각난다. 영조는 조선 왕 중에서 제일 장수한 왕이고 말년에 노망이 들고 아들을 뒤주에 가둬서 죽이기는 했으나 훌륭한 일도 많이 하고 정치도 잘 한 왕이었다고 한다. 영조가 65세에 왕비를 잃고 새 왕비를 맞아 들이기 위해 여러 규수를 불러 시험하였다. 후에 정순왕후가 된 김처자(이름도 없냐)는 그 자리에서 훌륭한 대답을 하여 정순왕후가 되었고 그 문답이 현재에도 남아 있다. 어떤 꽃이 제일 좋으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다른 사람이 목련, 연꽃 등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부르는데서 김처자는 목화꽃이라고 대답했다. 목화꽃은 아름답거.. 2009. 1. 25.
오래되고 지겨운 새해 또 다시 새해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나도 이제 일곱살이구나' 라고 생각했던 노란 오후로부터 십오년이 지났다. 지겨운 새해가 또 왔고, 앞으로 꼽을 새해도 한참 남았다. 아 지겹다. 말세니 말세니 하면서 세상은 끝날줄을 모른다. 뜨지 않을 것 같던 해가 뜨고 다시 뜨고 또 뜬다. 해가지고 날이 바뀌면 어떤 높고 굳은 바위도 자갈이 되고 먼지는 별이 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나라도 없고 영원한 정권도 없다. 그렇다고 지금을 견디기만 하면 되는 걸까? 어째 매번 똑같은 질문만 반복된다. 그마저도 지겹다 2009.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