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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영화] 파이트 클럽 ; 신이 되고 싶은 남자들

by Desmios 2009. 7. 27.
파이트 클럽
감독 데이비드 핀처 (1999 / 독일,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미트 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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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트 클럽을 찾아 보면 '최고의 영화', '10번 돌려봤음' 하는 것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첫번째 볼 때 앞부분은 역해서 두번이나 끊어 봤고, 두번째 볼 때는 빠르게 재생해서 원하는 부분 (타일러가 쇽쇽 등장하는 부분)을 돌려 봤을 뿐이다. 10번 본 것도 아닌 이른 바 '비전문가'가 하는 말이라서 마음에 안들지는 모르겠지만, 뭐 굉장하니 재밌니 폭력적이니 하는 거 다 때려치우고 이

 남자의 저열한 속마음

을 좀 보자.


  편의점에 있던 사람을 끌어내 총으로 협박할 때, 브래드 피트가 에드워드 노튼의 손을 지질 때.[각주:1]  타일러는 신이 된 기분을 맛본다. 남의 생사를, 남의 고통을 자신이 주관하는 기분. 나의 '힘' 앞에 사람이 벌벌 떨고 애원하는 모습.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의 세상과 그 인생을 주관하는 전지전능한 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바로 그 것이 살인자들이 느끼는 희열이다. 폭력으로 사람을 굴복시켜 얻는 저열하지만 강렬한 희락. 많은 연쇄살인범들이 그런 기쁨을 느끼고자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신이 되길 원한다. 고통을 받아들이라는 둥, 사람은 언젠간 죽는 것이라는 둥, 자유로워 지라는 둥, 너는 네 삶을 낭비했다는 둥 (쏘우) 다 개소리다. 

아버지는 신의 모델이지, 아버지가 우릴 버리면 신은 어떨까? 이것 봐, 이럴 수도 있어 신이 널 싫어하고 널 원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널 증오하는데 이깟 화상이 대수야?


  이런데서 폭력으로 성한 자는 폭력으로 망한다는 둥, 폭력으로 사람을 장악하는 사람은 더 큰 폭력 앞에 무너지기 마련이라는 둥 하는 건 소용 없다. 이 영화는 폭력의 폭력을 위한 영화일 이기 때문에 그냥 쿨하면 되는 거지 이러쿵 저러쿵 할 필요도 없다 사실. 총을 든 빅 대디가 나타나서 위협 했을 때, 나는 더 큰 폭력으로부터도 약속을 받아 낼 수 있는 남자다! 이러는 꼴에, 폭력은 여하튼 나쁜거야 라고 교회선생님 처럼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그저 이런 영화를 보면서 기분 좋아 하는 남자는 마초겠구나 생각하며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수정하는 것 뿐이다. 파이트클럽을 괜히 영웅시 할 필요도 어려운 영환가 생각하면서 현란한 타일러 더든의 말에 놀아날 필요도 없다. 그냥 마치스모macismo[각주:2] 영화일 뿐이다. (그래서 고환암이니, 거세한다는 협박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남성성을 증명하고 싶은 파이트클럽에서 남자의 심볼을 잃게 된다는 건 살가치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질테니 말이다)




++ 추신 : 같이 영화본 친구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둘의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브래드 피트는 마초고 안젤리나 졸리는 여전사 같은 느낌 아니야? 그러다가 생각해 본 게,
 브래드 피트는 마초로 많이 나오고, 안젤리나 졸리는 여자마초로 많이 나온다. 
 와! 마초 커플이야 ㅋㅋㅋ
  1. 브래드 피트 역은 '타일러 더든'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에드워드 노튼 역은 이름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에드워드 노튼 이름이 어쩌고 저쩌고 한 게 그 말이었구나, 포스팅을 쓰려고 극중 이름을 떠올려 보니 이름이 진짜 없다 [본문으로]
  2. 자신의 남성다움에 자신을 잃고 불안해진 남성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여자들이 하지 못(안)하는 무모한 짓을 함으로써 자신이 남자인 것을 과시하고 과장하면서 남성성을 수시로 확인해보는 행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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