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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할레드 호세이니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by Desmios 2011. 8. 13.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6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현대문학


  터키는 그나마 이슬람 색채가 그리 짙지 않은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이스탄불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면 부르카를 쓴 여인들이 종종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오며 부는 바람에 검은 부르카가 펑퍼짐하게 퍼지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사막 사람들이 펑퍼짐한 옷을 입는 것 처럼 저런걸 뒤집어 쓰면 옷 안에 그늘이 져서 시원하기 때문에 저렇게 입는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부르카보다 훨씬 가리는 면적이 적은 히잡을 입은 사람도 이마의 땀을 연신 닦는 다는 것을 듣고는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 미안해 질 정도였다.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었고, 이들의 삶이 가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다지 많이 인상 깊지는 않은 책이었다. 이슬람권 국가 여인의 기구한 삶에 대한 충격은, 중학교 때
술타나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진세손 (문학세계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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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책에서 너무 크게 받았기 때문에 마치 그 것의 다른 버전인 것 같았다. 세월이 지나도 이 나라 사람들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면서 여전히 어렵게 살아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 뿐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해서 그나마 내가 나은 삶을 누리고 있으니 내가 행복을 느껴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여성 인권이 잘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면 된다'는 말을 쉽게 쓸 수 있을 만큼 세상이 만만하고 장미빛인 것도 아니지만 내 팔자려니 하고 앉아만 있기에도 서러운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너는 지금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거야 혀가 잘려도 소릴 질러! 팔다리가 잘려도 몸부림쳐! 라고 무책임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