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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by Desmios 2014. 7. 10.


  나는 사전에서 그 말을 검색해 보았다. 
 
다음사전(브리태니커,140710 검색)에서는 

사랑
 【명사】
(1) 어떤 상대를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관계나 사람
(2)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마음을 베푸는 일. 
(3) 어떤 대상을 매우 좋아해서 아끼고 즐기는 마음.

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나는 그에게 그 말을 할 수 있다. 검색된 단어의 뜻이 바로 나의 마음이니까 그런데도 왜 나는 그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러울까.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그 때 당시는 떠올리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 수박페페의 잎을 닦아주며 나는 나의 화초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데 왜 유독 그에게만은 이렇게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예전에 나는 사랑을 전혀 믿지 않았다. 돼지꿈을 꾸면 복이 들어온다는 허무맹람함과 해태나 기린의 존재나 매한가지인 상상 속 허구라고 여겼다.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사랑의 모습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항상 같은 모양이 아님을 알았고 이제는 그 말을 하기가 쉬워졌다고 생각했다. 말인즉슨, "네가 어떤 사랑의 모양을 이상화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너를 사랑한다"라고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겁하지만 그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 진다. 너도 나만큼 상대를 믿어도 보았고, 그리고 아파도 보고, 다시 한번 그 말을 믿으려고 노력도 해보고, 이제 믿어보고 있는데 과연 내가, 호기탕탕하게 그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말을 꺼내면, 허언이 될까봐. 시간이 지나 이 감정이 변하면 거짓이 될까봐. 내가 의심하는 것은 이, 한없이 그를 사랑스럽다 여기는 이 감정이 콩깍지라면 콩깍지가 사라졌을 때도 나는 그를 사랑스럽다 여기게 될까? 사랑이란 절대불변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사랑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닌가? 
 

  오늘 아침, 빅이슈를 읽다가 죽기전에 후회할 일에 관련된 기사를 읽었다. 만약 당신이 갑자기 사고가 난다면, 내일 죽는다면,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나는 당신에게 한 번도 그 말을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을 후회할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립서비스 차원에서라도 너에게 그런 중요한 말을 나의 마음 속 근원에서 우러나오는 그 신심을 "안녕?"하는 인사처럼 가볍게 허공에 날리고 싶질 않다.
그 말은 고맙다는 말과도 다르고 미안하다는 말과도 다르지만 그렇다고 기념일에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스치는 바람에 실려온 향기처럼, 휴일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이불 속에서 듣는 빗소리처럼, 매일 걷던 우리 동네 골목 하늘에 걸린 황홀한 황혼처럼, 그러니. 너를 보는 내 마음에 걸린 애절함 처럼.
  아련하고, 아프고. 행복하고, 불안하고. 네가 너무나 좋아서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의 모든 것들, 그 길에 스치는 햇살마저 비가오나 바람이부나 오직 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때의 기쁨과 같이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그것은 바람이 불면 풍향계의 방향이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바람이 불었고, 그래서 풍향계가 돌아간 것 처럼. 네가 여기 있고, 내가 네 옆에 있기 때문에


20111006 사진, 제목
20130505 일기
20140710 편집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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