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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D.H.로렌스 - 채털리 부인의 연인

by Desmios 2009. 4. 29.
채털리 부인의 연인 1(세계문학전집 85)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D. H. 로렌스 (민음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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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2(세계문학전집 86)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D. H. 로렌스 (민음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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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Herbert Lawrence

  "세상은 그 사람을 쓰러뜨려 처치해 버릴 때까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중산 계급으로 기어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거절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자신의 섹스를 지키고 옹호하고자 하는 남자라면, 세상은 그를 절대 가만 두지 않고 해치워 버리려 할 것입니다. 세상이 결코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 딱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섹스를 솔직하고 깨끗이 드러내는 행위이지요. 더럽게 감추며 욕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섹스를 더럽히고 욕할수록 그만큼 더 섹스를 좋아하지요. 하지만 만약 더럽히려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여지없이 당신을 거꾸러 뜨리고 말 겁니다. 그건 정신 나간 금기 사항 중 아직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이지요. 즉, 절대 섹스를 자연스럽고 생명의 원천이 되는 행위로 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그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런 섹스를 행하도록 내버려 두느니 먼저 당신을 죽여버리고 말 겁니다."
2권 235쪽

  푸코는 자신의 저서 '성의 역사'에서 사회가 성을 억압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인식의 구조로서 'Episteme담론[각주:1]'을 만들고, 사람들을 그 담론 체계에 길들여 지게 하는 것이다.

 로렌스 식으로 이야기 하면,
 
 '섹스는 더러운 것이다' 라는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 담론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모두 그런 담론에 길들여 져서 섹스를 더럽히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차라리 죽여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것이 D.H.로렌스 의 요체이다. 인간에게 거시기가 달려 있고, 그 것이 원래 부터 달려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 처럼 행동하는 것이 소위 '문명'이라는 것이다. 줄곧 인용되어 왔던 것 처럼 '아담과 하와(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제일 먼저 한 것이 '서로 벗은 것을 보고 부끄러워 하여 거길 가린' 것이 아닌가. 인간대 인간이 벗은 몸을 부끄러워 하며 그 것을 가리고 성을 억압한데서 많은 것이 기인한다. 의복, 식사예절, 모자를 들어 올리며 인사하는 방법, 하얀 거품과 칫솔, 박지윤이 신곡을 들고 무대에서 춤추는 데 팬티라인이 들어나지 않는다고 따지는 사람들 등등.


  생리대 세금 감면 논의가 '점잖치 못하다, 우리 세대의 훌륭한 여자들은 다 알아서 했는데!'라고 하는 사람들은 성은 마치 존재 하지 않는 것 처럼 굴고 싶어 한다. 여자와 남자는 점잖게 옷을 입고 허허 웃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함께 룸사롱에 가서 언니 가슴을 한쪽씩 맡아서 격하게 주무르거나, 게이바에 가서 아가 엉덩이를 격하게 함께 주무르는 사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그래! 왜 있는 걸 없는 척해! 콧구멍이 두개 있는 것 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

 요즘에야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아, 그래 감정도 중요한 일이지. 해서 굉장히 쳐주지만 청교도 같았으면 '자연스럽다'는 것은 하나님이 그 있는 그대로를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하셨는데도, 꽤나 욕이었다. 본능 같은것은 없는 것이고 인간이 제어해야 하는 야수 같은 놈들이고 목위 까지 꽁꽁 싸매서 맨살이라곤 없는 것 처럼 보여야해! 

  뭐 그렇다고 모두들 벗고 다니자는 말은 아니지만 (노출이 심해 질 수록 어째 몸매가 강조 되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내말은 다시 푸코로 돌아가서 우리도 '통제 불가능한 감각의 파도' '무정부주의적 창조성이 잠재되어 있는' 성을 주목하자는 것이다.

아차! 서명을 잊었네

 그렇다고 대충 빨갛고 주황색이고 검고 그런걸 대강 섞어 가지고 '자궁입네' 할 필요는 없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뭔가 그림 위에 빨간게 있으면 자궁이라는 거 알았어 오케이 오케이 성적인 것이 대두되고, 여성성, 생명의 원천인 섹스 어쩌고 하는 게 유행하다 보니까 너도 나도 좀만 빨갛다 싶으면 다 자궁이라고 덤벼든다.

 그러나 자식을, 아기를 갖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건 아직 가슴 뛰는 느낌을 주는 일 중의 하나였다. 코니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번 시험 삼아 그 일을 해보고도 싶었다. 상대로 삼을 남자를 생각해 봐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남자는 세상에 하나도 없었다. (중략) 이 밖에도 클리퍼드가 아는 남자들이 꽤 많았지만, 그 사람의 아기를 낳는다고 생각해 볼 때 코니에게 경멸감을 일으키지 않는 남자는 하나도 없었다. 애인으로 삼기에는 상당히 괜찮을 듯한 남자는 몇 명 있었다. 그러나 내 몸에 그들의 씨를 받아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웩! 그야말로 굴욕과 혐오감뿐이었다.
 자, 그러니 이상 끝!
1권 138쪽

  너도 나도 유행처럼 자궁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실제로 누군가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하고나 섹스하는 것과 아무의 아이를 낳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더군다나 콘돔이라는 강력한 피임도구가 있는 현대에는 훨씬 더 별개의 문제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한번도 누군가의 아이를 낳는 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코니의 고민은 정말이지 '쇼킹'했다. 두려울 뿐만 아니라 놀랍고 신기했다는 말이다. 이 사람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호르몬은 아직 분비가 안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말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남자(애들)를 찬찬히 생각해 보았고 역시 코니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웩!"
  내가 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어리다. 자기 코도 못 닦는 애들의 유전자와 자기 밑도 못닦는 내 유전자를 적당히 섞어서 열달이나 내 뱃속에 넣고 다녀야 한다니! 절로 몸서리 쳐질만큼 끔찍하다! 그야 말로 '웩!'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혐오감만 심해지니까 나도,
 자, 그러니 이상 끝!






  1. 담론 episteme의 개념 설명 : 어떤 한 시대를 관통하는 인식의 구조, 한 시대의 인식론적 무의식. 개별 담론들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 (담론:각 지식체계, 그 시대를 관통하는 인식체계) -예- 고전주의적 episteme 17C-18C말 : "Representation 재현, 표상" 실재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것이, 엄격한 동일성과 차이를 세우려고 함 ; 데카르트 : 수학적 측정, 모든 세계는 수학적으로 이루어 졌다. 근대적 episteme 19C-20C 전반기 : "인간주체 - 역사(진화)" 사물들이 갖는 역사성, 분류표 상의 인접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의 시간적 순서 속에서 가까운 것들의 '분류' : 역사 속에서 사물의 실체 파악. 각 분야의 근대 학문들 ; 진화론-생물학, 경제, 사회, 역사, 근대 언어학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