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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아멜리 노통브 - 적의 화장법 060615

by Desmios 2009. 5. 6.
적의 화장법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문학세계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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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중에, 참 특이한 연산과정을 통해서 책을 선물해 주는 놈이 있다. (흑흑, 지금은 일본에 있음! ;ㅅ;) 서점에 있는 책을 죽 본다음에,

 '적의 화장법 : 적? 빨갛네 -> 데미는 공격적이지 -> '적'이랑 어울릴 거야!'
 '고야의 유령 : 유령? 유령 얘긴가봐 -> 누구는 좀 이상하지 애가 -> 유령이랑 어울릴 거야!'

 그러나 문제는 나는 아멜리 노통브를 싫어 하고, 고야의 유령에는 딱히 유령 얘기가 안나왔다. (물론 그 친구는 유령 얘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책을 선물 받으면 당연히 책에 대한 독후감을 써서 주는 것이 예의!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아무리 선물 받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재미 없었던 것을 재미 있었다고 쓰는 건 자신에 대한 실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당히 얼버무려서 어려운 척 썼다. 



그러나 이 책은 사기는 돈 아까운 책이다.

 

 검은 색의 책은 섹시하다.

 이건 부끄러운 이야기 인데, 나는 책 등의 디자인을 몹시 중시하는 편이지만 책이 검다면 책 등이 어떻든지 간에 일단 뽑고 본다.

 

 제롬 앙귀스트는 10년, 어쩌면 평생을 자기 자신의 이면을 (아니마적 이면이 아닌, 적으로 이름지어진 악마적 이면) 무의식 밑에 억압해 살아왔다. 그리고 그 이면은 텍스토르 텍셀이라는 이름과 함게 그의 취약한 틈새를 치고 들어와 그를 무너트렸다.

 적의 화장법은 그런 이야기이고, 또한 그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의 잘난척 비스무리한 철학 이야기는 나도 잘 모르니 뭐라고 할 입장도 안되고, 내가 오늘 이야기 할 것은 나와 내 이면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평소에 내 이면을 잘 갈무리해 숨기고 다니지만 그것은 내가 취약해 졌을 때-우울함에 절어있을 때- 그 틈을 헤치고 올라오곤 한다. 워낙에 뒤틀려 있어서 잘 알아보긴 힘들지만 놈의 색은 공포. 억압이 한계에 다다를 때면 이따금씩 꿈을 통해 나오기도 하고 그 알량한 꿈으로 현실의 인물을 울게 만들어 버린다.

 13살에 다친 상처를 건드리면 아직도 굉장히 불쾌하고 그것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불쾌한 전율이 등 뒤를 훑는다. 그 기억 역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아픔이다. 이 책은 나에게 그 이면을 어떻게든 양성화 시키지 않으면 큰 일 날거라고 경고하는 것일까?





 '아멜리 노통브'는 잘난척 쟁이래요! 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살인자들의 건강법은 물론 어이 없었지만 꽤 재밌게 읽었던 것 같은데, 왜 점점 그 여자의 책이 싫어 지는 것일까. 싫으면 읽지 않으면 된다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열광했지만 이내 역겨워 졌던 것 처럼 말이다. (아오 세상에 개미 까지만 재미있었다. 점점 가면 갈 수록 주인공만 달라져서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 때문에 완전히 귀에 못이 박히겠다. 프랑스에서는 남녀가 붕가붕가를 하고 싶을 때는 꼭 나이트 클럽에 가는가보다! 아오 ㅅㅂ 붕가붕가로의 방법이 그것 밖에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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