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_진/花無十日紅

감나무에 감 동실동실

by Desmios 2008. 11. 10.


 꽃은 씨를 남긴다. 과육이라는 눈 가림은 사실 씨를 위해 존재한다.

 어떤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간이 살아 가는, 인간이 살아 있는 이유는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즉 다시 말해 자손을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스스로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인간이 사는 것에 단순 종족 번식 이외의 무언가 더 고상하고 향기로운 것이 있으리라고 무의식중에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죽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어떤 사람들은 이 것이야 말로 그 고상하고 향기로운 무언가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진실은 알 수 없다. 혹은 진실은 없다.

 우리도 꽃처럼 씨를 위해 살아 가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그렇지 않고 그 외의 다른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씨를 삶의 부산물로 취급하느냐 삶의 목적으로 취급하느냐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일까.


'일상다반사_진 > 花無十日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 이후,  (0) 2008.11.10
봉선화 물들이던 날  (0) 2008.11.09
핀 꽃을 보며  (0) 200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