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

파트리크 쥐스킨트 -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by Desmios 2009. 9. 11.

향수 (양장) - 10점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열린책들


1 독후감

  눈썹까지 붉은색으로 염색했는지, 아무래도 오버인 붉은 털 색 때문에 개한테 눈썹을 그려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표지다. 내가 책 얘기를 할 만한 친구들은 대부분 향수 영화가 나오기 이전 버전의 하얀 표지 책을 읽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책이 더욱 잘 팔릴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지까지 영화에서 가져와 새로 만들 필요가 있나? 영화를 본 후 '그' 책을 사야 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기 보다는, 영화를 본 후 돌아다니다가 책 표지를 보고 '아 그 영환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말을 해주는 것 같다.

  향수를 읽고 나면,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 비해 민감하게 느끼던 후각의 세계가 더욱 세밀하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체취, 향기, 음식 냄새, 내 방에 고여있는 구린내, 베개에서 나는 머리 냄새들이 마치 처음 그 냄새를 알게 된 것 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향수의 여운이 아직 머리속에 가득 남아 있는 동안에 나는 어둠 속에서 코를 킁킁 거려 보고, 내가 항상 끼고 자는 이불에 코를 대고 이불에 남아 있는 내 냄새를 맡아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란한 시각, 청각의 세계에 더욱 혼란스러운 후각의 세계가 겹쳐 있었구나. 그러나 그런 후각의 세계에 대한 입장권은 한달을 채 못간다. 후각의 세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잊은채로 다시, 시각과 청각의 세계로 돌아간다. 



2 개인감상

  책을 더럽게 안 읽는 쮼에게 책을 읽히려고 내가 읽었던 책 중 재밌는 책을 추천해줬다. 책의 수준이 점점 떨어지다가, 영화로 본 책을 읽게 하면 좀 더 흥미를 갖고 책을 읽는 다는 것을 알게 되서 향수 영화를 함께 보고 향수 책을 읽게 했다. 그리고 향수가 머리속에 남아있던 한동안 우리는 서로의 체취를 맡으면서 행복했다. 오래 떨어져 있다가 만났을 때, 나는 그의 가슴에 그는 나의 목덜미에 (키 차이가 있으니까) 코를 부비면서 드디어 다시 만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냄새는 사진만큼 오래 가지도, 언제나 가지고 있을 수도 없으니까. 내 앞에 현존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으로 '정말' 안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정말 어딘가에서 이전 처럼 똑같이 숨쉬고 땀흘리고 먹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사진을 봐도 채워지지 않는 그의 존재감. 사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프루스트 현상 Proust phenomenon을 이용해서 그에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살려 보고도 싶지만, 그와 연관된 냄새가 너무 많아서 무엇 하나를 잡기가 힘들다. 살아 있겠지. 악몽을 꿔도 하소연하면서 달려들 다른 냄새가 없다는 건, 이전처럼, 자기를 추스리기 위해서 자가 발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