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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전시] 낸시랭 초대展-캘린더 걸 ; 낸시랭은 어디에 있나요?

by Desmios 2009. 9. 17.

  대학로 피쉬&그릴에서 친구와 치즈비프&치킨롤을 먹고 있었다. 앞테이블의 여자가 술을 마시며 한탄한다. '나는 특별하게 살고 싶어, 나는 유니크하게 살고 싶다구' 그 여자의 지금 삶은 특별하지 않았는가 보다. 그런데 왜 남들 다 신는 구두와 최신유행 화장일까?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멀리 할까봐?

  낸시랭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최소한,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의의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찾는다. '관심 받고 싶어! 사랑 받고 싶어!' '내가 여기 있어! 나 좀 알아줘!' 그런데 그 타인이라는 것은 누구인가? 그렇게나 '튀어나오고 싶은' 그 사회가 아닌가? 당신들의 솔직한 욕망은 이런 것이 아닌가요?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하나요? 나처럼 해봐요 이렇게, 하고 사회를 비웃는 듯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런 '바보같은'사회에게 인정받고 싶은 건.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가? 자기 자신의 솔직한 욕망에 대해서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비웃었으니 모든,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녀를 고깝게 본다. 



  여기 핀업걸 캘린더 3월 사진인 "I Love Marx & Capital" 을 보자.

Nancy Lang 'I love marx and capital'

  소녀(낸시랭)는 마르크스에 관심이 없다. 자신이 마르크스와 자본(마르크스와 자본주의는 동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제목이 잘 보이게 든 세 권의 책은 소녀의 표정과 잘 어울린다. '나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바꿔 말해 '난 이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그렇게 보이는 거지? 응? 그렇지?'


'I love Marx & Capital에 대한 작가의 설명'


  그 곳에는 마르크스의 사진이 나온 책이 있을 뿐 마르크스는 없다. 5월은 결혼, 12월은 크리스마스, 그렇게 채우다 보니 마침 3월이 남아서 3월에 신자유주의 운운을 넣은 것 뿐이다.
  그 곳에 낸시랭이 있는가? 아니면 그저 '사람들에게 빵! 터트리고 싶은' 욕망만 있는가? 자신을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고 싶어서 특유의 포즈를 고안하고, 특유의 고양이 인형을 들고 다니는 그 몸부림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불안하지? 사람은 모두 그래.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정작 상대는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어 병신아' 아이쿠! 이건 소년만화가 아니고 현실이지. 

 과연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확인 받았을 때 그녀는 어떻게 될까? 현재 그녀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육체가, 자연의 법칙을 따라 쳐져가고, 우린 친한 사이라고 남들에게 말하고 다녔던 상대로부터 '어? 나 걔랑 그렇게 친하진 않은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그런 자기 부정 앞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 변신 할 수 있을까? 옷만 갈아 입었다 뿐이지 하나같이 똑같은 12장의 사진 앞에서 '자기 성찰'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저 사진은 모니터로 보는 것 보다 실제로 가서 보는 것이 훨씬 표정이 잘 보이므로 한번 시간 내서 가봐도 좋을 듯. 작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길에 들려도 충분히 다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