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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김영환 - 미디어 삼국지

by Desmios 2010. 3. 29.
미디어 삼국지 - 8점
김영환 지음/삼성경제연구소

* 이 글은 작년 2학기 '미디어 산업론' 수업 시간에 과제로 제출했던 것입니다. 잘썼다고 칭찬도 받고, 발표도 했으니 엄한데 배껴서 제출하고 F 받지 맙시다.



1. “미디어 삼국지” 내용 요약

  21세기 현재는 "3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속담까지 변해 어느 분야고 할 것 없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라는 말은 변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새로운 매체, 개념이 생기고 공략대상 까지도 수시로 변한다. 이 변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아 낼 수 있는 수단이 발전함에 따라서 수용자의 예측 불가능한 변심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자는 급부상한 새로운 미디어, 이에 불안을 느끼는 기존 미디어, 소비자임과 동시에 생산자인 개인, 세 집단을 나라에 비유해 논의를 전개한다.
광야의 전투에 나선 전통 언론
  1) 광야의 전투에 나선 전통 언론
  변화의 시대에 변화한 권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개인·집단은 기존에 권력을 쥐고 있던 존재들에게 필사적으로 투쟁한다. 천동설을 주장했던 과학자들이 그러하고, 왕권에 자리를 내어준 교회세력이 그러한 것처럼, 새로운 미디어 세력을 눈앞에 둔 전통 미디어 세력은 필사적으로 자기 변화를 모색한다. 자금력, 기술력, 기획력, 비즈니스 경쟁 경험이 부족하고 신뢰성과 권위를 잃은 기존 미디어는 이 위기를 맞아 보다 질 좋은 기사, 브랜드 이미지, 정치적 처세, 특종이라는 이전의 능력을 살려 전략을 수립한다. 지금까지 축적된 역량을 종합하고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멀티유즈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난립하는 정보와 의제들을 검증하고 제시하는 편집인의 역할을 맡고자 하는 것이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침공
  2)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침공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실상 서로 다른 두 집단이 합해진 이름이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구 통신회사들의 통합 네트워크망 회사 두 집단이다. 이들은 그 성분이 비즈니스에 속해 있어 자본력과 마케팅력, 경영능력을 앞세워 새로운 미디어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IPTV, DMB와 같은 신기술을 통해 계층화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해 네트워크 사용에 있어서의 공정성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은 콘텐트를 생산하지 않고 전달하기만 하거나 비전문적, 선정적인 편집으로 전통적으로 언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정 잣대를 가지고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이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3) 급부상하는 개인 미디어
  이전까지 미디어 환경에 있어서 개인이란, 콘텐트의 소비자로서 미디어 채널을 통한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수용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개인이 미디어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망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 콘텐트 생산자로서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과 같은 서비스를 통한 개미군단으로 불리고,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편으로는 이들이 창의적 콘텐트를 생산하기 보다는, 존재하는 콘텐트를 복사해서 퍼나르는 심부름꾼 역할만 할 뿐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분명 그 중에서는 미디어 프로슈머로서 자신만의 콘텐트를 생산하는 UGC, PCC가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개인 미디어 세력 역시,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미디어 환경은 세 세력이 콘텐트의 생산과 이를 배포할 네트워크망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어느 세력이 미디어를 주도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거대융합미디어의 탄생, 복합미디어 그룹의 진화로 인한 여러 미디어 세력의 융합시나리오,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현실 인식을 통한 개인의 소외와 적응에 대해 차후의 진행을 주시해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 미디어의 춘추전국 시대
  저자는 현재의 미디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의 방법을 사용했다. 미디어 세력을 삼국지의 삼국으로 비유해 이야기를 진행 한 것은 분명 독자에게 명료한 이해와 미디어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에 용이하다.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 상황은 삼국으로 나누어 비유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으로 묶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통신사업체는 한 세력으로 묶어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또한 미디어에 대한 개인의 역할이 단순히 개인 미디어로서 콘텐트를 제작하거나 집단지성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선에서 끝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미디어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통제를 가벼운 선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갔는데 현재 미디어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나름의 비중을 가지고 있다.
  1) 신 네트워크 세력의 분화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 매개하기 위한 서비스로 시작한 포털 서비스는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메일과 카페, 클럽 등)를 통합하며 서서히 미디어 소비자들을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미디어로서 부상하였다. 뉴스-정보-를 매개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론에 입각하여 볼 때 인터넷 포털은 단순히 정보를 중계 배포하는 역할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통신 사업자는 전화와 인터넷, 무선전화에 이어 텔레비전까지 통합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SK텔레콤의 SK BROADBAND, KT의 QOOK이 바로 그 것이다) 또한 이번 미디어법의 개정으로 자신들의 네트워크망을 이용하여 채널을 편성하고 콘텐트를 배포하게 된다면 미디어 속에서 더 큰 세력을 갖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포털 서비스와 통신 사업자를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으로 묶어 버리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2) 개인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
  언론학은 사회과학의 한 개별 분과영역이다. 사회학의 모든 과목 첫 시간에는 이 이야기가 빠지질 않는다. ; 사회과학은 과학이며 사회과학적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인의 단순한 합이 아니고 독립된 구성물로서의 사회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개인은 원자화된 독립 개체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집단으로서의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개인이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알파 블로거’로서 적극적으로 콘텐트를 생산하고, 위키피디아, 네이버(NHN)지식IN 등의 서비스에서 집단지성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만 주목했다. 다음DAUM 아고라를 중심으로 개인 미디어가 합세해 의제를 설정하고 오프라인에 이르기까지 영향력을 확대한 실례를 들어 볼 때, 개인이 모인 개미군단은 단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사회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실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집단 구성원을 우매한 대중으로 볼 것이냐 영향력 있는 공중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지만 분명 개인과 개인이 이루는 사회집단은 현대에 무시할 수 없는 큰 세력임이 분명하다.
  3) 정부의 개입과 통제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모더니즘 정부가 들어서면서 언론과 미디어계에 이슈가 끊이질 않는다. 분명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을 포함한 각 사회 집단을 대하는 정부의 반응과 그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 정부의 개입과 통제를 중하게 논하는 것을 ‘경향사회학’이라고 비평 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언론에 개입하고 미디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가지고 정부가 미디어에 있어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 하는 것은 분명 일종의 시대적 유행이나 쫓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이든 직접적으로 큰 정부가 미디어에 개입을 하던 정부가 미디어 세력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법을 통해 미디어와 언론은 통제하기도 하고, 진입장벽을 세워 미디어 세력을 보호하기도 한다. 또한 미디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정부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을 내세우거나,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부 관계자로 일을 하기도 한다. 개인은 미디어를 이용해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며, 정부는 미디어를 통해 개인과 집단에게 정책을 홍보한다. 비록 정부를 미디어의 한 세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정부와 미디어 세력의 각 요소들은 서로 강하게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그 역할이 없다고 볼 수 없다.

  2009년 10월 현재의 이러한 미디어 상황이 언제까지고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인만큼 또 다른 미디어 세력이 부상하거나 각 세력 간의 융합이 일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현상과 앞으로의 변화를 삼국 모델로 통합, 비유해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못하다. 차라리 ‘미디어 춘추전국 시대’는 어떨까. 수많은 세력들이 자신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연합하고 합병하면서 함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든다. 삼국은 천하 통일과 더 넓은 토지를 위해 전쟁했다, 이 세력들은 무엇을 위해서 서로를 견제하고 이용하고 있을까?




3. 과연 ‘소비자’는 누구인가
  전통적으로 미디어의 수용자는 미디어 주체가 아닌 대상자인 개인(혹은 집단)이었다. 그들은 메시지의 타깃이었으며 메시지를 송신하는 입장에서는 이 메시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용자에게 전달되어 수용자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가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나 그 수용자들은 이제 각자가 개인 미디어로서 또 다른 수용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송신한다. 수용자임과 동시에 송신자인 것이다. 또한 이 프로슈머들은 미디어 비즈니스 세력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메시지를 송신하기도 하고, 그들의 세력을 이용해 자신이 사업자로 나서기도 한다. 블로그에 연결해 광고 수익을 나눠 갖는 구글의 애드센스는 개인 블로그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각광 받았으며 최근 네이버에서도 애드포스트 서비스를 열어 이 경향을 따랐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서로 단순하게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혹은 제공 받고, 콘텐트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관계에 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방적인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소비하고, 또 생산,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4. 미래의 시나리오, 책을 읽고 나서
  사람들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서 어지럽다고 말하지만, 22세인 나는 세상이 빠르게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변화가 느린 세상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삼국지를 다 읽었을 때, 참으로 재미있는 시대라는 생각을 했다. 변화 없는 시대에서는 많은 것이 고정되어 있고 자신의 그 고정된 위치를 바꾸는 것이 참 힘들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그것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기득권자가 될 수도 있고 한 순간에 모든 권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각 미디어 세력들의 노력을 보며  나무랄 수 없는 당연한 불안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기대감에 차는 것이 시대를 ‘살아 나가는’ 젊은이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