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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박민규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by Desmios 2010. 9. 26.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6점
박민규 지음/한겨레출판

  재밌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매번 봐야지 봐야지 했지만, 어쩐지 도서관에만 가면 제목을 까먹게 되버리는 고로 지금까지 못봤다. 그러다 드디어 '읽을 책을 메모해서 가기'라는 살 목록 적어서 쇼핑 가기 같은 짓을 해버렸고 이정도 두께의 페이퍼북이 그렇듯 조금만 더 읽으면 다 읽을 것 같은 마음에 배고픔을 참아가며 다 읽었다.
 
  그렇지만 완전 재밌었다! 하는 건 아니었고 앞부분의 야구 얘기에 집중이 안되서 그 부분은 사실 건너 뛰었다. 야구 팬이라면 어머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했을지 모르겠지만 야구라고 하면, 천안북일고를 나온 탓에 도저히 또래라고 볼 수 없는 늙수그레한 얼굴의 야구부가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 밖에 떠오르질 않는다. (게다가, 뭔가 우승을 하면 버스타고 결승전을 보러 간다고 했는데 내가 다니던 3년 동안은 버스 비슷한 것도 못타서 그나마 좋은 인상도 아니다) 프로야구라고 해도 아는 이름은 고등학교의 재단이었던 한화의 이글스와 대학에와서 어떤 교수님이 두산의 열열열열열열열한 팬이라 (프로야구 시즌의 시험기간에는 학부생들이 두산의 선전을 간절히 기원한다) 알게 된  두산 베어즈 밖에 아는 바가 없다. 그런 지식수준에서 '노런노히트'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지구영웅전설' 을 통해 처음 만난 박민규의 소설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요즘 자주 보고 있는 영국드라마 skins 식으로 말해) "fuck it"
  그런데 야구도, 삼미도, 일류대도, 소속, 대마초도 상관 없이 왜 자꾸만 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에 관한 야설 줄거리가 자꾸 떠오르는 걸까. 아무튼 뭔가 대충 써서 돈이나 벌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에라- fuckit



<독서메모>
뷰티풀 선데이, 시간은 흘러넘치는 것이다 p264

  올 여름은 왜 이렇게 긴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비로소, 시간은 원래 넘쳐흐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그 무렵의 시간은 말 그대로 철철 흘러넘치는 것이어서, 나는 언제나 새 치약의 퉁퉁한 몸통을 힘주어 누르는 기분으로 나의 시간을 향유했다.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왜 자꾸 이 내용들이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 이게 다- 폴 오스터 때문이야 그 망할 영감탱이(게다가 제법 잘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