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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영화] 샤인 ; 영혼에 닿는 라흐마니노프

by Desmios 2010. 10. 18.

  1996년에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나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부모님이 비디오 가게에서 이 비디오를 빌렸다는 기억이 있지만 왠지 나는 이 영화, 이 포스터가 주는 묘한 느낌 때문에 여지껏 '내까짓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을리 없어'라고 생각하며 계속 피했다. 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이어가기 전에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최초의 인상은 만화책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 [彼氏彼女の事情]'이라는 만화에서 였다.


  나는 라흐마니노프에 빠져들었다. 물론 클래식의 매력을 알게한 쇼팽 발라드 1번의 공헌을 잊지는 않지만 라흐마니노프는, 뭐랄까, 클래식이라는 고상하게 아는 척 해야 할 것 같은 장르 이전에 원초적인 인간의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에는,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 데이빗을 아껴주었던 캐서린이 말한 것 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껴진다. 신성함(divine)이라는 근사치로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무언가 말이다.


  얘기하다보니 영화 얘기가 아니라 라흐마니노프 얘기가 된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아직 나는 연주자나 지휘자의 차이에 따라서 곡의 해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잘 모르고. (물론 모-시의 무료 연주회에서의 레퀴엠이 엉망진창이었고, 고등학교 현악부의 연주가 최악으로 우스꽝스러웠다는 기억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 치기 어려운 곡인가보다 하는 건 확실히 알겠다.



  영화를, 너무 어렸을 때가 아닌 지금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작가들의 책처럼, 이해를 위해선 세월의 잔금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이제 라흐마니노프 3번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