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_진

첫눈이여 오라

by Desmios 2008. 11. 25.


  지난 여름 쮼과 함께 봉선화 물을 들였다.

 봉선화 꽃 잎을 따고, 잎을 따고, 백반을 넣고, 그들을 찧고, 손톱에 올려 놓고, 비닐을 길게 오려서 손톱을 싸매고, 한 잠 자고 일어나면 쭈글쭈글 해진 손가락 끝에 봉선화 꽃잎이 핀다.

  봉선화 물을 들이면서 쮼에게 물들인 손톱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어머니의 어머니를 통해서 딸에게 전해져 온다는 것을 얘기해주니 신이 나서 손톱을 자르지 않겠다고 했다. (1cm를 넘어 갔던 그 엄지손톱은 급하게 가방을 챙기다가 부러져버렸다.)
  얼마전에 서울에 첫눈이 내렸는데 쮼은 수업을 듣고 있느라 첫눈을 못봤다고 아쉬워 했다. 손톱 끝에서 떨어질락 말락 걸려 있는 봉선화 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든다. 쮼은 자신이 보지 못한 첫눈은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다시 엄지 손톱을 기르고 있다.


  첫눈이여 오라. 그의 손 위에, 그 아슬아슬한 붉은 빛 위에



추신. 
그런데 왜 손이 세 개 뿐이냐고?
 당연히 손 한 개는 카메라를 쥐고 있지 (웃음)

'일상다반사_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081128 외부순환도로 국민대 램프  (0) 2008.12.02
영원한 여름의 나라  (2) 2008.11.23
야작의 아침  (0) 200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