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앤소니 기든스 -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by Desmios 2010. 11. 6.
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 6점
앤소니 기든스 지음, 배은경.황정미 옮김/새물결

  이 책 제목이 원제 그대로인 '친밀성의 구조변동[각주:1]' 이었으면 아마 아무도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나에게 호기롭게 "역시 이런걸 읽어야 하는 것 같아"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말했거나 말하지 않았거나 상관 없이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뒤젹어 본 사람들은 모두 책을 탁 내려놓고 '뭐라는 거야'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나 역시 과제를 하느라 이 책을 들여다보게 되었지만 다 읽은 다음에는 나름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이제 목에 힘좀 주면서 흠 앤소니 기든스의 친밀성의 구조변동이라는 책에 의하면 말이야.. 라고 할 권리를 획득한 것이다). 읽는 동안에는 당장 영국으로 폭탄이라도 한상자 실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말이다. 거의 막판인 8장까지 와서는 이빨을 북북 갈면서 '책으로 마스터베이션을 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정말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쓴 책이 아닌가' 하고 분노했지만 다 읽고 한 번 더 읽고 발제까지 끝내고 나니까 이젠 편안한 마음이 들어서 친구들에게 '재밌는 개념을 읽었다'며 한참을 열정적 사랑이니 낭만적 사랑이니 하고 설명하고 있다.

  책의 내용 요약은,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사회학 용어들(공/사 영역 분리, 섹슈얼리티, 재생산, 합리성, 타자 등)과 조금 공부가 필요한 용어 (감시와 처벌, 서사 등)를 알아 들을 수 있다면 (더 기본적인 수준의 용어인 ; 사회구조, 억압과 해방, 거시사회학, 페미니즘, 도착은 물론이고) 책의 맨 처음에 있는 역자들의 '이 책을 펴내며 : 현대성의 그림자 혹은 탈출구'를 보는 것이 가장 명쾌하다. 책을 한 번 읽은 다음에 이 것을 읽으면 '이게... 글쓴이가 이렇게 엉망으로 어렵게 쓴 건가 역자들이 진창으로 말을 꼬아놓은 것인가' 하는 의심도 사라지고 '세상에, 이런 얘기를 쓴거였어?'하고 확 와닿는다.


  다른 것들은 다 제치고 결국 주제는 '자기를 좀 알고, 다른 사람도 좀 잘 알아본다음에 평등한 관계를 맺자' 인 셈인데 이 말을 그렇게 이 것 끌어와서 이렇게도 꼬아서 얘기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능력인 것 같다. 내가 얼마전에 닌텐도 보고서 때문에 말을 너무 어렵게 쓰는 게 아닌가 고민할 때 싸이 일기장에 과 선배[각주:2]가 남겨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기든스씨가 좀 들어야 할 것 같다.


  흥미로운 개념(아무르 빠숑에 빠져버렸어!)들과 38년 범띠 기든스씨에 대해서 할 말이 많긴 하지만 그랬다간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이정도만 투덜거리기로 하고... 부족하지만 혹시나 관련된 개념에 대해서 누군가 질문을 남겨주신다면 기억 닿는, 이해 한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해 답변하겠습니다. 굽신굽신.
  아, 단, '경헙의 격리'는 제외하고. 그건 진짜 찾아봐도 안나오고 아무래도 모르겠고 교수님도 다른사람한테 결혼 얘기 시키느라 바빠서 설명도 안해주시고.. 누구 친절한 사람이 설명 안해주려나.

[+]
 난 벌써 죽은줄 알고 '기든스 널 두번 죽이지 못하는 게 한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안 돌아가셨더라. 책... 또 쓰면... 좀 곤란한데.. 에휴..


  1. The Transformation of Intimacy: Sexuality, Love and Eroticism in Modern Societies. [본문으로]
  2. 주옥 같은 말을 많이 해주는 선배인데, 주옥 같은 말도 많이 하지만 그게 절대 필터가 없다는 게 참...ㅋㅋㅋ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