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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강준막 - 재미있는 섹스사전

by Desmios 2011. 5. 19.

재미있는 섹스사전 - 8점
강준막 지음/북카라반


  책 날개의 저자소개를 보면 "이 땅의 건강한 중년이자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균형 잡힌 성의식과 올바른 섹스관 확립을.."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는데, 건강하지 않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쓰기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했다. 마치, 초기의 피임기구들에 대해 '성병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라며 에둘러대던 그 시대의 학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씁쓸함이다. 더욱이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주 중립적으로 균형잡힌 사전은 아니다.

모쪼록 '희'자 이름을 가진 여성을 애인이나 아내로 둔 남자들은 그녀를 왕비처럼 잘 모실 일이다. p.548

등등, 가끔 자신의 의견이 감초처럼 재미있게 들어가있다. 싫진 않지만 '사전'이라는 낱말이 주는 중립적인 느낌이 정확하게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후에 모모사전 하는 책들이 아주 그냥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데, 그 류의 책인 것 같아서 약간 식상하다. 하지만 역사, 생리 현상, 은어, 법학, 섹슈얼리티, 언어학을 넘나드는 이 재미있는 모음집에 사전이라는 말을 안붙이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화장실에 갖다 놓아도 어색하진 않겠지만 화장실류 책보다는 더 재미있는 책! 어렵지도 않으면서 재미있어서 남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다 읽게 해보고 싶은 책이다.


그렇-지만 두둔

 1.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풍속에 관련된 얘기가 많이 나오다보니 상대적으로 성매매와 관련된 얘기가 많게 느껴진다. (게다가 남자들이 여자에게는 절대 해주지 않는 얘기라는 그 위선이 꽤나 불쾌하다)

 2. 성 관련 은어는 예로부터 셀 수 없이 생기고 사라지고 했을 텐데, 분명 시간이 좀 흐른 후, 한 3년만 지나도 지금 나오는 은어를 보면서 무슨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바로 지금의 은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매체는 프린트된 책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물론 2011년에 나온 책이니, 2011년인 지금은 재밌다. '콩까다=섹스하다', '콩한접시=100번' 이라는 것 재미있었다.
 (청소년의 성 관련 은어에 대한 카페 검색 결과 링크)

 3. 성 관련 은어와 같은 맥락에서, 현재에 쓰이지 않는 것들이 나와서 아리송 했던 것도 있다. '군대송[각주:1]'이라는 것에 대해서 군대 전역한지 얼마 안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는데 이런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는 얘길 들었다. 쳇, 진짜 부르는 노래면 멜로디라도 좀 들어보려고 했는데...


  마음 같아서는 재미있는 섹스사전 중 재미있는 부분들을 다 올려 놓고 싶지만, 책의 텍스트를 함부로 올린다고 고소 들어올 것도 같고. 그렇게 내가 다 올려 버리면 스스로 읽는 즐거움이 없을 테니 나에게 재미있었던 부분만, 안 읽으신 분들 약오르시라고 붙임.





  1. 김지애, '얄미운 사람'을 개사시킨 군대송 : " 길가는 여대생을 붙잡아놓고/한 번만 더 합시다/아니 됩니다/만약에 애 새끼가 배는 날이면/당신은 별 볼 일 없는 군바리고요/나는야 무책임한 여대생이라/야야야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