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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버트란드 러셀 -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by Desmios 2011. 4. 26.
결혼과도덕에관한10가지철학적성찰
카테고리 역사/문화 > 민속학 > 가정윤리/효
지은이 버틀란트 러셀 (자작나무, 1997년)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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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글을 많이 따와서 좀 깁니다. 그런데 접어 놓질 못하겠는게 읽으면서 감명을 많이 받아가지고 ㅋㅋ**



 
군대에 간 친구가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줬다면서 이상한 책을 보여 주었다.
모든남자의참을수없는유혹
카테고리 종교 > 기독교(개신교) > 신앙생활 > 신앙생활일반
지은이 스티븐 아터번 (좋은씨앗, 2003년)
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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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를 들어보니, 뭐 남자는 다 늑대, 짐승 그 자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군대 교회에서 준 책'이라는 타이틀에 혹해서 뭐라고 하는 지 한 번 들척여 보다가 비위가 상해서 금방 그만두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진짜 못읽어 주겠다"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 구절을 아래에 쓸 텐데, 그 부분을 읽고 "오오, 이럴 수가!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다니 깊히 감명받았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러셀의 책에 대한 독후감은 읽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으리라 생각 한다.

03 중독이란 무엇인가
pp45-46
  어느날 마이크라는 친구가 내게 <포레스트 검프>를 비디오로 빌려다 본 얘기를 했다. "정말 좋은 영화였어!"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자네 부부도 아이들한테 좋은 영화를 빌려다 주지 않나? 이 영화는 꼭 봐야 되네. 정말 깨끗하고 건전했어."
 "아니, <포레스트 검프>를 우리 거실에 들여놓진 않을 걸세." 나는 대답했다.
  마이크는 놀라며 물었다. "어째서? 명화던데!"
  "글쎄. 앞 부분에 샐리 필드가 자기 아들을 '좋은' 학교에 넣으려고 교장과 동침하는 장면, 자네 기억나나?"
  "신년 파티에서 유방을 드러낸 장면은 어떻고? 무대 위에서 누드로 기타를 연주한 것은? 그리고 막판에 포레스트가 결국 여자를 섹스 신에 끌어들여 여자는 사생아를 잉태했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은 아닐세!"
  마이크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내가 영화를 하도 보다 보니 그런 것들이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았던 모양일세."

  <포레스트 검프>를 본다음에 그런 장면만 기가막히게 기억하다니. 막 태어난 아이에게도 웃는 모습이 사악하다며 소금을 뿌릴 사람들이다. 개 눈에는 똥만보인다고, 비의 레이니즘 가사 선정성 논란이 일었을 때 더 웃겼던 것은 동방신기의 '주문'에 걸린 선정성 논란(링크)이었다. 물론 그런 검열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계속 선정적인 것을 찾다 보면 뭐든 다 그런 의미로 보이지 않겠는가. 응?

8. 인생에서 성의 지위
 -그릇된 성교육은 죄의식과 공포감을 낳는다
p.190
(전략) 아이는 당신의 열의에 감동되어 수음은 당신이 말하는 것처럼 나쁜 짓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한다. 그리하여 아마도 평생 동안 계속될 병적인 것의 기초가 이루어진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는 자신을 죄인으로 생각한다. 그는 곧 남몰래 죄짓는 것을 배우며, 아무도 자기의 죄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의 위안을 찾게 된다. 그는 몹시도 불행한 나머지, 비슷한 죄를 감추는 데 그 자신보다 덜 성공적이었던 자들을 벌줌으로써 세상에 복수하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사람을 속이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어서도 그러한 짓을 하는 데 그다지 어려울 것이 없다. 이렇게 해서 그는 병적일 정도로 내향적인 위선자, 학대자가 된다.

  그렇다면 그들의 주장처럼, 불건전한 성욕을 모두 거세한 순결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육체를 매력있게 하는 모든 일을 하지 말아야 하나? 화장이나 꾸미는 것 까지 갈 것도 없이 모두 씻질 않고 이(a louse)를 신의 진주라고 부르며 살아야 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몸은 자신의 성전이니까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러니 몸에 나쁜 콜라를 먹는 것도 죄라는 농담만큼이나 웃기다. 그러면서 왜 이런 도덕주의자들이 그들이 생각하는 온전한 순결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남성을 거세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 


  성을 불결하게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거짓된 성교육을 시키면 아이 역시 성을 불쾌한 필요악으로 인식한다. 성은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사람들이 성을 불쾌한 것으로 가르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사우스파크 에피소드 507 "Proper Condom Use">
전체 에피소드 보러가기 (자막없음/자막있는 건 검색하면 나오는 데 링크는 안되네요)


1. 성교육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
 -아이들이 음란해지는 것은 어른들의 위선 탓이다
p.27
  만일 성인이 다른 화제를 취급하는 것과 똑같이 성을 취급하고, 아이들의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해 주고, 또 아이들이 바라는 만큼 혹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지식을 제공한다면, 아이들은 쓸데 없는 생각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생각은 어떤 종류의 화제는 입 밖에 내어서는 못 쓴다는 생각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성적 호기심은 다른 종류의 호기심과 마찬가지로 일단 만족되면 소멸하고 만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 성에 집착하지 않게 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알고자 하는 만큼 가르쳐주는 것이다.


맺음말
p. 249
  성에는 어떠한 죄가 있다는 교리는 개인의 성격에다 말할 수 없는 해독 - 유년기에 시작하여 평생 동안 계속되는 해독 - 을 주는 것이다. 인습적 도덕률은 성애를 감옥에 가두었는데, 그 때문에 다른 형태의 우호적인 감정들도 모두 감옥에 가두었으며, 인간을 덜 너그럽고, 불친절하고, 고집세고, 잔인하게 만들었다.

p. 252
  이른바 양심, 즉 유년기에 배운 교훈을 멋모르고 다소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인습이 금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쁘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느끼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감정은 이와는 반대되는 지적인 확신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것이다. 이리하여 그것은 분열된 인격, 즉 본능과 이성이 더 이상 협조하지 못하는, 본능은 하찮게 되고 이성은 빈혈증에 걸린 인격을 낳게 된다.


  "인생에는 절조가 있어야" 하지만, 자제 자체를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칫 오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러셀이 말하고 싶은 것은 "네 충동에 따라 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가 아니다. "성은 비즈니스나 스포츠나 과학연구나 기타 인간활동과 마찬가지고 윤리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p249)" 절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아무튼 하지 말라는 말에 반대하는 것이다.

10. 인생에서 사랑의 지위
 -성교는 사랑을 목적으로 한 실험이다.
pp.242-244
  사랑 자체는 그것이 단순히 소유욕인 경우에는 가치가 없다. 그것은 금전을 목적으로 하는 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랑이 우리가 여기에서 말하는 가치를 가지기 위해서는, 애인의 자아를 자기 자신의 자아와 꼭같은 중요한 것으로 느끼고, 상대방의 감정과 희망을 마치 자기 자신의 것처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략)
  해방된 현대인 사이에서 위에서 말한 성실한 의미의 사랑은 새로운 위험에 처해있다. 조금이라도 그러한 충동을 느낄 때마다 성교를 감행하는 데 아무런 도덕적 저항을 못 느끼게 되면, 성을 성실한 감정이나 애정이 넘친 기분과 분리하는 습관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증오감과 결합하는 일까지 있다.
 (중략)
  사랑은 그 자체의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체에 내재하는 도덕적 표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독교의 가르침과 많은 젊은 세대에 의해서 행해진 성도덕에 대한 무차별적 반감에 의해서 애매해지고 말았다. 사랑이 없는 성교는 본능에 대해서 어떠한 깊은 만족도 줄 수 없다. 나는 사랑이 없는 성교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랑이 없는 성교를 금지하려면 사랑을 어렵게 하는 튼튼한 울타리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다. 즉 사랑을 떠난 성교는 아무런 가치도 없으며, 본래 그것은 사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험이라고 생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통해서만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p.239
  사랑이란 성교에 대한 욕망을 훨씬 넘어선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대부분을 통해서 대개의 남녀가 겪게 되는 고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다.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냉혹한 세상과 군중의 잔인성에 대한 뿌리깊은 두려움이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애정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것은 남자의 경우에는 난폭하고 야비하며 뽐내는 태도 속에, 여자의 경우에는 성가신 잔소리 뒤에 감추어져 있곤 한다.

"상대방의 감정과 희망을 마치 자기 자신의 것처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러셀의 말을 보고 있자면, 작년 수업에서 나를 괴롭게 했던 앤소니 기든스의 개념 "합류적 사랑"이 떠오른다. (이렇게 쉬운 말을 "합류적 사랑은, 타자의 개별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개방되고 평등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협상되어야만 가능한 것" 이렇게 써놨다니 흑흑 잔인한 사람)
  개인의 고독은 점점 커져간다.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도 누군가를 믿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친구를, 동료를, 연인을, 가족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국가나 사회 공동체라도) 러셀은 이 책을 쓰고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고 책에 나오는 개념 중 몇 가지는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내용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은 제쳐놓고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아니! 이 옛날 시절에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니!'하며 놀라고 공감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추신. 같은 글을 번역해 편집한 다른책 "결혼과 성"이 있다.
결혼과성 상세보기
내가 직접 읽어 본 것이 아니라 확신은 못하겠지만(비교해서 읽어보려고 학교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는데 짤렸다) 읽어본 사람과 얘기해본 바에 의하면 쓸데 없는 사진이 들어가 있고, 편집이 별로라고 카더라.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감히 러셀의 책에 쓸데 없는 사진, 그림이나 넣어서 그 품위를 해치다니 글만으로도 충분히 흥미 유발이 되는 것을! 막걸리도 너무 흔들흔들 하다 보면 김이 다 빠지기 마련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