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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볼프강 한텔 -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by Desmios 2011. 9. 16.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 6점
볼프강 한텔-크비트만 지음, 장혜경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난 잘 모르겠다. 도대체 걔랑 왜 사귀는거야? 라는 질문에 '어쩌다보니'라고 밖에 대답 할 수 없는 이 애매한 상황. 나는 너를 왜 선택했으며 하필이면 너를 선택했을까.

  올리비아 저드슨의 "모든 생물은 섹스를 한다"라는 책에,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유전자 조합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진실의 열매
p.79
  이 유전자 조합에는 많으면 천 가지에 달하는 유전자가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최대 천 가지의 서로 다른 형태를 띠기 때문에 엄청나게 다양하다. MHC는 개개인에게 고유한 체취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티셔츠 냄새맡기 실험' -사람들에게 이성이 이틀 정도 입은 티셔츠의 냄새를 맡도록 하는 실험-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MHC가 다른 이들의 체취를 더 좋아한다는 결과가 계속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의 특정 MHC 유전자가 일치할 때 자연 유산은 더 일어나기 쉬운 법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티셔츠 냄새맡기 실험에서 MHC가 일치하는 남성의 체취를 좋아한 여성들은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이들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유전자, 체취, 성별, 상황, 운명, 갈등, 결핍, 두려움 별별 이유가 다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이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면 그 것이 충족된다면 나는 너를 떠나게 되는가.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목적을 위해 사람을 사귀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목적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간에 나는 너를 생각 할 때마다 나는 왜 너와 사귀고 있는가. 너는 왜 나와 사귀고 있는 가를 생각하게 되고 그럼 이내 의기소침해진다. 사랑이 결혼의 절대적인 이유가 된다면 사랑이 식었을 때는 어떻게 될까.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좋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럼 연애는 어떨까? 비교적 가볍다는 연애는. 

우리는 어떻게 사랑에 빠지는가?
p.75
  처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왜 마음이 이렇게 혼란스럽지? 왜 그 사람 생각만 나는 걸까? 내가 정말 사랑에 빠졌나?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나?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얼른 마음을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문과 혼란과 두려움이 바로 사랑에 빠졌다는 확실한 증거다.
  자신을 잃어버렸기에 타인에게서 감정의 확실함, 분명함을 찾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파트너를 선택할 때 상대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자신을 잃어버린 두 사람이 어떻게 상대에게서 확신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상대를 향한 집요한 질문들은 이런 혼란으로부터 탄생한다. 네 사랑이 진심이야? 그냥 나를 데리고 한 번 놀아보겠다는 거 아니지? 정말 네 감정에 확신이 있어? 네가 이 모든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면 그 때 내 마음을 말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대답해!

  이 모든 혼란스러움이 당연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다시 끼워 넣을 수 있다면) 나는 네 사지을 뽑아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