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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김정운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by Desmios 2011. 10. 12.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8점
김정운 지음/쌤앤파커스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해 서로 목소리 높여가며 이야기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는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니, 남는 것은 동물적인 공격성, 분노, 적개심뿐이다. 분노, 적개심, 공격성이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다들 '건드리기만 해봐!'하는 표정이다. 미칠 지경이다. 아니, 도대체 왜들 이러고 사는 것일까?

  이 시대, 이 땅에 사는 남자들의 '재미'란 무엇인가. 저자는 사는 게 재미가 없기 때문에 남자들은 쉽게 화내고, 조급하며, 자주 좌절한다고 얘기한다. 이전에 전인권의 남자의 탄생 독후감(독후감 링크)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대 담론을 들먹이며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저쩌고 하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손가락만 있다면 손가락질 하긴, 혀를 차는 것 만큼이나 쉽다. 하지만 손을 들고 '나의 재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가. 애초에 자신이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 지나 생각해보고 살런지 모르겠다. 

  사람은 재미있게 살아야 한다. 남들 보기에 재미있어 보이거나 말거나 상관 없이 자신이 정말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CHAPTER 5. 도대체 무엇 때문에 사십니까?
-이건 국정원도 모른다, 독일 통일은 내가 시켰다!
p.242
  (전략)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본다면 '근면. 성실'이라는 20세기적 가치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리고 '재미'와 '행복'이라는 21세기적 가치의 등장을 예고한다. 문화심리학적 시각에서 본다면 사회주의가 망한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없어서다.
  보다 재미있는 사회를 가능케 하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동경이 동독의 몰락을 가져왔다.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달리, 당시 동독은 절대 가난한 나라가 아니었다. 1989년 당시 동독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이상이었다. 당시 한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동독 사람들이 정말 원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통일 후 그들이 제일 먼저 한 일들을 살펴보면 된다. 장벽을 뚫고 서독으로 넘어 온 다음 날부터, 서독 시내의 섹스숍은 동독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그레한 얼굴로 섹스숍을 나서는 그들에게 기자들이 느낌을 묻자, 그들은 그랬다.
  "망해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인데, 오히려 사회주의가 망했다"고.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단지 노동력 재생산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던 동독의 현실사회주의는 인간 욕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했다. 왜 인간은 매일 발정기인가를.

  재미와 행복을 상품화 하는 게 무슨 건전한 사회냐 하며 입을 삐죽이는 '나름 지식인'들에게는 엿이나 먹으라고 하자. 답답하게 일만 하는 새마을 운동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아침형 인간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나 좋을 때 자고 나 좋을 때 일어나는 구글형으로 살고 싶다. 은행문만 일찍 안 닫아도 살만할텐데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