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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진

명멸하는

by Desmios 2009. 2. 12.
K20DKK

  무지개뱀의 베이스인 나의 선배는, 무대에 올라가는 순서는 실력과 무관하다 그러셨지만 왜 나는 매번 앞 쪽에서 공연한 밴드들의 인상이 서로 섞여서 비슷하게 보일까. 비슷한 실력 비슷한 창법 비슷한 노래들 비슷한 분위기. 검은 손톱, 찰랑찰랑 생머리, 스트라이프 패턴의 옷, 사슬, 찢어진 바지. 모두들 '특이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홍대에서 그 모든 특이한들은 한데 섞여서 오히려 평이해져 버린다. 혹시 '특이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남들이랑 똑같이 코까지 내려오는 아이라인을 그리고 머리 염색에 아무도 안신는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할 것이다.

  인디 밴드라는 열심이 이런 식으로 비슷비슷한 반짝이들이라면 참으로 공연 볼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실험, 인디 정신이라는 것은 좋지만 그 인디가 또 다 비슷해서야. 이거 원 어디랑 비교해서 특이한거야? 압구정?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은 이상하고 싶다는 특이하고 싶다는 그 강렬한 욕망 때문에 본디 추구해야 할 '우리의 음악'을 잃어 버리고 오직 이상한 것 이상한 소리만 찾아 보려고 시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 말하자면
 에, 속담이 뭔가 좋은게 있어야 하는데 이럴 때 딱. 하고 나와야 하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건 아니고, 아!

 주객전도 주객전도 같은 걸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래그래 (아노미도)




 추신. 공연용 렌즈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200장 찍어서 11장이라니 생각보다는 짭짤한 수입이기는 하지만 왕 슬프다. 역시 취미는 돈이 안들어가는 취미를 잡아야 하는 건데. 예를 들자면 한자 오래 보고 있기 같은 것. 
 
 知 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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