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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박인하의 즐거운 만화가게 050719

by Desmios 2009. 3. 12.
박인하의 즐거운 만화가게
카테고리 미분류
지은이 박인하 (시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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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나는 만화에 대해 쓴 책을 잘 못읽는다. 이 책도 그랬고 미녀와 야수 어쩌고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한 책도 그랬다. 그림에만 눈이가고 내용은 들어오지도 않는데다가 지루하다. 책이 재미 없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내가 잘 못 읽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으른 내가 독후감을 쓰겠다고 달려온 이유는 몇가지 구절 들이었다.

  

 

 

 

 책 내용 중

 

05_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2

 <반딧불의 묘>와 <마르스와 조센삐> 그리고 결별할 수 없는 과거 中

 

 <반딧불의 묘>는 다카하타식 리얼리티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다카하타 이사오의 1988년 작품이다. 정면에서 다루기를 꺼려 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려 이른바 반전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너무나 평범한 두 남매는 미군의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는다. 아버지는 해군장교로 참전해 소식이 없다. 소년은 아버지를 기다리지만 아마도 전사했을 것이다. 먼 친척집에서 기거하다 친척들이 노골적으로 귀찮아하자 그 집에서 나와 토굴에 기거하며 살아간다.

 처음에는 소꿉놀이처럼 재미있다. 그러나 돈이 떨어지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두 남매는 날로 비참해져간다. 영양실조로 쇠약해진 동생, 그리고 그 동생에게 먹을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비참한 오빠의 심정. 죽음을 앞둔 두 남매를 두고 전쟁이 끝나 돌아온 중산층의 축음기에서는 'Home Sweet Home'이라는 노래가 들린다.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어두운 토굴, 죽어가는 동생의 모습. 전쟁의 비참함을 일깨워주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그리 편한 마음으로 보지 못했다. <반딧불의 묘>에서 배급받던 쌀은 아마 조선에서 공출해간 쌀이겠지. 그들이 공습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조선의 어린이들은 더 비참한 식민지의 삶을 살고 있었겠지 하는 생각은 <반딧불의 묘>가 묘사하는 전쟁을 비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죽어가는 일본 어린아이들의 전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화하지 않은, 숨어 있는 조선의 이야기에 우울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선인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이 반딧불은 현해탄을 건너와 우리 가슴의 화인(火印)이 된다. <한겨레 21> 229호에는 일본 사진기자가 취재한 북한 거주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위안소에서 도망치다 잡혀 온몸에 문신을 당한 할머니의 사진, 먹물 묻힌 바늘방망이를 입에 틀어넣는 바람에 입술과 혀에 먹물 자국이 남아 있는 할머니, 쇠몽둥이로 맞아 머리에 커다란 구멍이 난 할머니, 자궁째 태아를 드러낸 강제 낙태수술을 한 할머니, 발가벗긴 여성을 머리와 발을 잡고 못박은 판자 위에 굴려 분수처럼 피가 솟고 살덩이가 못판에 너덜거렸다는 할머니, 죽은 위안부의 살을 삶아 강제로 먹인 일본인 대대장, 일본군 장교가 매독에 감염되자 쇠에 달군 철봉을 자궁에 집어넣어 살해한 할머니. 차마 읽어내려가기 힘든 참혹한 사실이 할머니들의 증언으로 계속 이어졌다. <반딧불의 묘>를 보며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이 기사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하염없이 흘렀다.

 

[후략]

 

 

 

 

 

 난 일본이 싫다. 그것은 이중적이다. 

 나는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만화를 보고 일본에 가보기를 동경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일본이 싫고 일본에 의해 일어난 우리 역사들을 슬퍼하고 현재 일본 새끼들의 싸가지 없는 행각을 싫어한다. 나에게는 역사를 묻어버리고 싱글거리며 일본을 안을 포용력 따위는 없다. 그건 포용력도 아니다. 망각 위에 세운 구름탑일 뿐이다. 전부 허상. illusion. 무의미하게 보인다.

 우리나라도 베트남 전쟁에 있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일본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실제 월남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월남참전용사 라는 것은. 그들의 피 위에 세워진 우리의 경제성장과 그들의 고통위에 세워진 우리의 부, 그 것들이 모두 잊어서는 안될, 우리민족이 타민족을 살인한 것에 대한 거짓 훈장이라는 사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베트남인들에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최소한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보는 것과 같은 표정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