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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박민규 - 핑퐁 071208

by Desmios 2009. 3. 26.
핑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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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메모>

 

 말콤 X는 사라지면서 못과 모아이를 안아주었다. 말콤 X는 세상을, 백인 위주로 돌아가던 인류와 세계를 사랑했을까? 그는 세계를 사랑했기(혹은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왜냐면 말콤 X 역시 흑인 인권을 위해 죽음에 이를 정도로 노력했던 사람이니까) 사실 그는 세상을 증오 했을 수도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사랑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나는 아직 증오의 힘을 믿는다. 말콤 X는 인류를 대표해서, 비둘기와 쥐에 대항해 핑퐁을 치며 과연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인류와 인류의 문명을 사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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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씨가 말콤X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분명 책을 쓰려고 준비하셨을 테니 나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테지. (아니면 못이 말콤X를 고를 때 그냥 이름이 세보여서 그랬던 것 처럼 박민규씨도 그렇게 고른 위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말콤X을 한 다리 건너서 들었을 뿐이다. 친애하는 마틴루터킹 목사의 자서전을 통해 그가 과격한 흑인인권보장운동을 하다가 살해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증오와 사랑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콤이 과연 흑인들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말콤은 과연, 그가 죽은지 수십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권리만을 획득한 흑인들이 여전히 무시받고, 이젠 동양인들이 여전히 백인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갖은 무시를 당한다는 것을, 특히나 못과 모아이의 나라 한국에서는 다들 백인들의 똥구멍이라도 핥기 위하여 너도나도 영어를 배우고 어메리카를 찬양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콤은 이런 썩어 문드러진 인류를 위해서 기계에 대항하는 핑퐁을 계속한 것일까?

 

 나는 핑퐁을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박민규씨의 지구 영웅 전설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카스테라를 읽은 것은 같은데 내용이 기억 안나는 걸로 보아서는 별로 재미있게 읽지 않았는가 보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핑퐁에서 굉장한 실망을 했다. 이런 내용을 원한게 아닌데 왠 초현실주의야(=시나락까먹는 소리야) 뭐 그런데도 내가 굳이 '제3의성, 젠더의 역사' 운운하는 독후감은 안쓰면서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난 다음에 다시 쓰냐고 묻는다면 그냥,

 

 다이어리 정리를 하다가 독서메모를 발견했기 때문이고 더불어. 말콤X라는 이름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