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

허균 - 누추한 내 방 080427

by Desmios 2009. 4. 1.
누추한 내 방(태학산문선 109)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허균 (태학사, 2003년)
상세보기

사진과 아래 내용의 선배A는 상관 없음

  근래 동아리 선배들과 술마시면서 굉장히 빈정 상하는 일이 있었다. 
  선배A는, '내 다신 저 사람하고는 술 마시지 않겠어 =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도 그 일이 조금 오래되었다 보니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시 거듭거듭 저 인간이랑은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고 있지만 과연 이런 기억력으로 또 빈정 상할일이 없을지 모르겠다.

  허균의 글을 보면 '벗'에게 술마시러 오라는 둥 네가 보고 싶다는 둥 아내가 뭐라고 해도 어서 나오라는 둥 하는 편지들이 꽤 있었다. 허균도 친구들과 술마시고 놀길 좋아하는 사람 이었나보다. 
(뭐 시를 짓고 하는 그런 풍류가 지금 시대의 우리가 보면 '오! 시를 짓다니 멋있어보여'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네 삼행시 처럼의 유희였다고 생각하면 말인 즉슨 '노는 것' 아닌가?)

  그 얘기를 읽고 있자니 그 술자리에 날 부른 선배의 얼굴과 그의 정치적 성향이 떠오르면서 또 다시 불쾌해 졌다. 나를 정말로 아껴서 부른건지 그냥 너도 술이나 먹고 공부하지 말자고 부른건지.
'말로는' 내가 아끼는 후배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도 속내 내가 얼마만큼의 비중이 있어서 나를 그리 부른건지 "내 여자친구라면 절대 못가게 했겠지만 너라면.. 경험 삼아 한 번 가봐" 라는 식의 적당한 자기 이미지유지 대답을 했던 선배의 모습이 떠올라 또, 또 불쾌해졌다.

나도 허균처럼, 신심으로 나를 아껴 불러 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허균처럼, 마음이 동해 자꾸만 보고 싶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내 주변엔 술 마시기 위해 술 마시는 사람들 뿐이니
참으로 누추한 내 인간관계.

'읽는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정생 - 죽을 먹어도 080511  (1) 2009.04.02
박민규 - 핑퐁 071208  (0) 2009.03.26
[애니] HELLSING 헬싱  (2) 200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