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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 죽을 먹어도 080511 나는 내가 이상주의자라고 줄 곧 생각해왔다. 더 좋은 것, 더 훌륭한 것, 더 정의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나는 이상주의보다는 현실주의 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상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이상을 위해 투쟁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이상을, 이상적이지 않은 세상을 비웃었을 뿐이다. 비웃는 다는 것은 결국 내 자신도, 세상도 바뀌지 않는 비겁한 나의 타협이었다. 나는 내가 싫은 것을,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 그 것은 아니오.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되었다. 아니오 라고 말했던 내 자신 스스로를 신기하게 돌아보면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오늘보다는 내일 더 비겁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이상을 포기할 수가 없다. 언제나 이런 글들을 읽으면 .. 2009. 4. 2.
허균 - 누추한 내 방 080427 누추한 내 방(태학산문선 109)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허균 (태학사, 2003년) 상세보기 사진과 아래 내용의 선배A는 상관 없음 근래 동아리 선배들과 술마시면서 굉장히 빈정 상하는 일이 있었다. 선배A는, '내 다신 저 사람하고는 술 마시지 않겠어 =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도 그 일이 조금 오래되었다 보니 어느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시 거듭거듭 저 인간이랑은 상종을 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고 있지만 과연 이런 기억력으로 또 빈정 상할일이 없을지 모르겠다. 허균의 글을 보면 '벗'에게 술마시러 오라는 둥 네가 보고 싶다는 둥 아내가 뭐라고 해도 어서 나오라는 둥 하는 편지들이 꽤 있었다. 허균도 친구들과 술마시고 놀길 좋아하는 사람 이었나보다. (뭐 시를 짓고 하는.. 2009. 4. 1.
샤오춘레이 -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0903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샤오춘레이 (푸른숲, 2006년) 상세보기 사회학 시간이나 정치학 시간에 '샤오춘레이'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빌렸는데 다 읽고 나서 노트를 찾아보니 샤오춘레이가 아니고 샤오메이 천(Xiao-mei chen)이었다. 이렇게, 오해와 함께 시작한 '욕망과 지혜의 문화사전 몸'은 살짝 지루한 책이었다. 몸의 이곳저곳을 나누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해 놓고 작가가 논평을 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방식은 방어적이기도 하고, 여성주의적이기도 했다가 갑자기 자신의 개인 취향이라는 식으로 둘러대며 마치기도 하고. 발에 대해서 얘기 하는 장은 전체가 중국 풍습인 '전족'에 대해서만 쓰고 있다. 문화사전이라고 해놓고 그 문화라는 것도 서양의 문학.. 2009. 3. 27.
박민규 - 핑퐁 071208 핑퐁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창비, 2006년) 상세보기 말콤 X는 사라지면서 못과 모아이를 안아주었다. 말콤 X는 세상을, 백인 위주로 돌아가던 인류와 세계를 사랑했을까? 그는 세계를 사랑했기(혹은 사랑하기) 때문에 싸운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왜냐면 말콤 X 역시 흑인 인권을 위해 죽음에 이를 정도로 노력했던 사람이니까) 사실 그는 세상을 증오 했을 수도 있다. 마틴 루터 킹은 사랑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나는 아직 증오의 힘을 믿는다. 말콤 X는 인류를 대표해서, 비둘기와 쥐에 대항해 핑퐁을 치며 과연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인류와 인류의 문명을 사랑했을까? ------------------------------------------------------------.. 2009.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