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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주운 물건 경찰서에 갖다주면 바보?

by Desmios 2009. 5. 9.

  약 1년 전, 산책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이팟을 주웠다. 요호! 이게 무어야! 학교 근처에서 살기 때문에 학생이 흘렸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우리는 일단 "잃어버렸어요 ;ㅅ;" 벽보가 붙기를 기다렸다. (보통 학교에서 잃어 버리면 많이들 붙여 놓는데 생각보다 찾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냥 꿀꺽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주위에서도 그냥 먹으라고들 많이 했지만 아직 사회화가 덜된건지 나는 고지식하게도 "주운 물건은 경찰서에 갔다 주어야지 " 라면서 근처 지구대(파출소)에 갔다 주었다. (같이 있던 친구 이름으로 낸 것이지만)

  친구는 물건을 갔다 준 다음에 성북인가 어딘가 하는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다. 접수 됐고, 1년 동안 주인이 찾아 가지 않으면 제 1순위로 신고자에게 권한이 가니까 그 때 되면 꼭 찾아 가시라고, 다들 안 찾아가서 곤란하니 꼭 찾아 가라고. 

 오케이! 하고 우리는 즐겁게 일년을 기다렸다. 아무리 주은 물건이라고 해도 일년 정도만 지금 쓰고 있는 엠피쓰리와 함께 버티고 있으면 '합법적으로' 우리 물건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년, 예상 했던 대로 아이팟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전화가 오길 기다렸다. 이쯤이면 일년 지난 것 같은데 왜 연락이 안오나 해서, 이름을 올린 친구를 닥달해 전화를 하게 했더니, 알고 보니 전화 했을 때 하고 조금 더 지나서가 일년 이었던 것! 아직도 아이팟은 분실물 보관소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문제는 바로 이 이후부터 이다.


 1. 분실문 보관소까지 직접 찾으러 오세요.
   맡기긴 성북구에 맡겼는데 분실물 보관소는 왜 그렇게 멀어? 어디 붙어 있는 거야?  내 물건 아니라고 친절하게 택배로 붙여 주지는 않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이 절로 갔으면 적당한 경찰서로도 절로 올 수 있는 거 아닌가? 뭐 그래도 물건 꽁짜로 얻는데 그정도 수고야 할 수 있지.

 2. 22% 세금을 내세요.
  불로소득이라는 건가? 경품 받았을 때 제세공과금 내는 것처럼 네가 얻는 것이니까 세금을 내라는 것이다. 그 세금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 거야? 경찰서? 보관했으니까 돈 내라는 건가? 주운 물건도 갔다 주고 잘하셨습니다가 아니라 아 뭐 그건 당연한거고 가져 가려면 돈내라는 게 왠지 내 물건 아닌데도 배아픈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주인 찾아주고 감사금이나 받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그게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 가 하는 생각 때문에 불만 또 불만!

 3. 좀 기다리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도대체가 '친절한' 관공서 보기가 뭐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요즘에는 개혁이다 친절이다 우리도 존내 친절합니다. 하느냐고 혁신을 많이 해서 나아지기는 나아졌지만, 관공서나 높은 데스크 뒤에 앉아 있는 언니들이 많이 그렇듯이 그 '뚱한' 표정. 매일 같은 일만 하다보니 이제는 일이 너무 지겹고 누가 모르는 물어 보는 소리라도 할라 치면 말하기도 싫은 가보다.
  저번에도 개명 관련해서 초본 떼러 가서 개명한 후에 초본을 떼는 거면 무료라고 들은 것 같은데요? 그랬더니 '이 년이 어디서 엉뚱한 걸 알아놓고는 와서 헛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그런 규정 없는데요' 하면서 '보여드릴까요?' 요딴 소리나 지껄인다. (평창동 주민센터) 

 4. 우체국 저기 있으니까 부치고 오세요.
   그래, 내 것도 아닌 거 얻는 데 주인도 아니고 국가에 세금을 낼 수 있다고 치자. 거기다 내는 것도 아니고 우체국에 가서 또 부치고 와야 한다. 국가에서 22% 세금 받으면서 한다는 일 처리가 이렇다. 사람을 존내 뺑뺑이 돌리는 건 어디서 배워왔는지 무슨 기관은 다들 그런 걸 좋아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무슨 큰 병원에만 갔다하면 왜 이렇게 뺑뺑이를 돌리는 거야!) 여기갔다가 저기갔다가 사람을 왔다갔다 시켜놓고서는 돌아오는 것은 떨렁 종이 한장 확인증, 이러면 왠지 사람이 진이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에게 따질 수도 없는 게 내가 왜 사람을 이렇게 돌립니까. 무슨 수수료가 오천원이나 듭니까. 하고 따져봤자 '방침이다' 이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피곤한 원칙주의자들.




  이래서야 어디 '슬기로운 생활'에서 배운 것 처럼 경찰서에 물건 갔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는가. 주인이 찾아지지도 않고 내가 갖자해도 이렇게 더러운데. 2MB씨는 혁식적인 행자부! 열심히 일하자 타이틀로 엄한 공무원 일찍 불러서 넥타이도 안하게 하는 가 본데, 일찍 일어나서 안그래도 머리가 다 멍-하기 때문에 아직 이런 소소하고 작은 일은 개혁 할 생각은 안하는 가보다. 
  다음부터 뭐 또 주으면 또 이런 짓 하지 말아야지. 너무 바리새인처럼 굴었나봐 하는 후회가 뿡뿡 든다.


 추신. 내가 고생한 것도 아니긴 한데 내가 왜 지랄일까.
 추신2. 더럽다고 해놓고 우린 벌써 신났다. 아요 신나! 아이팟이네!
 추신3. 처음에는 경찰서 갔다 준 게 꽤 자랑스러웠는데 이꼴 다 치루고 나니까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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