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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이어폰 안쪽의 세상 061228

by Desmios 2009. 4. 18.

이어폰을 나눠 듣는 다는 것은 특별하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다는 것을 열쇠를 귓구멍에 꽂아 열고 군중 속 고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이어폰 안쪽은 개인적이고 은밀한 나만의 세계, 나의 궁전이다.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이 남들에게 들리지 않고 세상의 소리는 차단된다. 나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그들이 구성하고 있는 소리의 세계에서 빗겨나 백일몽 속으로 다이빙하곤 한다.
 
음악에 중독되었다는 우리들은 어쩌면 음악이 아니라 이어폰이 만들어 내는 자신만의 세계에 중독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개인적이고 개인적인 자신 만의 세계를 나눈다는 의미에서 이어폰을 나눠 듣는 것은 특별하다.
 
그 사람의 개인적인 세계를 귀에 꽂으면 그 사람의 음악 취향에서 출발해 그 사람의 버릇이나 최근 심리 상태, 어쩌면 강박관념, 그 사람의 지식과 그 사람의 흥미, and never ending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세계이다.
 
여자와 음악을 같이 듣는다던가 남자와 음악을 같이 듣는다던가 오늘 처음만난 사람과 음악을 같이 듣는다던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 나의 이어폰을 나눠 준다는 것은 상투적 표현으로, 마음을 열고 나를 보여주는 것과 같다. 요즘에 나는 이런 노래를 듣고 있어요. 요즘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가끔 이어폰을 끼고 있는 사람의 이어폰 너머 세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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