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 넣었나

  내가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비몽사몽 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욕소리가 거실에서 들려 왔다. 티비에서 노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훌쩍훌쩍 우시면서 티비에 나오는 놈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네가 죽인거야. 미친놈.

  아버지는 예의 '종교적 관점에서 타종교인의 한계점'이론을 들어 줄곧 반복하셨다. 쯔쯔쯔.

  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말도 하기 싫었다.

  저녁 8시 반 넘어서 남의 집 돌잔치 갔다가 돌아오는 길, 라디오에서 아직도 똑같은 내용의 뉴스가 줄기차게 쏟아져 나왔다. 부엉이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 하다가 - 봉하마을 - 추모의 발길 - 노사모 - 이대통령 - 알자지라 방송에서도 비중있게 다루었습니다 - 사이버 분향소 - 유서 - 책도 읽을 수 없다 - 그 자리에서 오열하며 실신했다

  하루 종일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착잡했다가 한다. 

  누가 노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갔는가. 벌써부터 사람들은 검찰을 욕하고 이명박을 욕하고 봉하마을 바위 욕을 할 준비를 한다. 검찰은 재빨리 수사를 종결하고 어떻게 하면 잘 피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게 선하다. 나름 전대통령이라고 예우를 갖춰서 수사 했다고 하는데 전두환에 비해 얼마나 예우를 갖추었는지 난 못봐서 모르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침 뉴스에선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라고 말했다가 이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벌써 노대통령 장례를 국민장으로 할지 가족장으로 할지 궁금해 한다. 사이버 분향소엔 십만명이나 다녀갔다는데, 어떤 교수가 홈페이지에 노대통령은 자살이나 하라고 했다가 욕을 먹고 있다. 추모하자고 모인 사람들이 언제 시위대로 돌변할지 모른다며 경찰은 그렇게 되면 강제 해산 시키겠다고 긴장하고 있다. 

  다들 놀라고, 슬프고, 이 눈물을 누구에게 먹여야 할까 화를 내며 돌아다니고 있다. 

  말하긴 쉽다. 욕하기도 쉽다.

  그러나 말해버리고 나면, 그렇게 '싸버리고 나면' 사람은 그에 만족하고 '더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누가 노무현을 자살로 몰아 넣었나! 남을 손가락질 하고 무엇이든 욕하긴 쉽다. 그러나 그 손가락을 구부려 그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보기는 쉽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지기 까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정말로, 우리는 정치적 대파란의 가운데 서있다. 군사독재 아닌 독재가 움트는 듯 하고, 전대통령은 퇴임후 스캔들에 연루되어 결국 자살한다. 죽을 사람은 죽지 않고 죽지 않을 사람은 죽는다. 많은 사람이 한숨을 내쉰다. 퇴보냐 진보냐. 혼란스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