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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문자메시지의 커뮤니케이션

by Desmios 2009. 6. 1.

<요약>
 문자 메시지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문자 메시지는 90자라는 글자 수의 제한으로 인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압축하여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 때문에 띄어쓰기가 무시되기도 하고 문장의 생략이 나타난다. 또한, 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용하는 표정이나 어감의 변화에 따른 부수 효과를 기대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모티콘이나 의성어의 사용에 의존해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이모티콘과 의성어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위장하는데도 사용된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길게 보내기도 하고 짧게 보내기도 하며 답장을 주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따라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보내는 문장 부호, 답장을 주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생각해서 상대방의 상황을 ‘추측’해보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 검색 ‘친구에게 문자보내기’ http://blog.naver.com/rakushun/120038307641

문자메시지의 특징

 짧은 회화

 ① 문자 메시지의 길이와 애정의 차이?!

  우스개 소리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 메시지의 내용과 표현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 통의 문자 메시지 요금이 같은데도 불구하고 이성 친구와 동성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길이가 다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같다.
 이렇게 문자 메시지는 영문자 기준, 90자의 제한 속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여러 모양으로 보낼 수 있다. 이런 점은 보통의 (대면) 대화에서도 같은 표현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과 효과가 많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표현이 문자 메시지 커뮤니케이션으로 표현 되면서 문자 메시지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대화의 길이'가 단지 문자 메시지만의 특징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인 문자 메시지에서 '문자의 길이'가 친밀감을 나타낼 수 있는 기표가 되고 또 그 것이 일상적으로 통용 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② 90자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

 '90자의 제한'이 문자 메시지를 사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들의 표현양식을 변화 시켰다는 점.
 한 때, 인터넷 통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채팅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등장으로 인터넷 신조어나 이모티콘, 한국어의 변형과 같은 것들이 크게 이슈화 된 적이 있었다. 언어학자와 선생님들은 그런 변화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인터넷 신조어 사전을 만들어야 할 지경이라는 둥, '^^' 은 웃는 표시, '^^;' 은 당황한 표시라는 것을 자세하게 나열해서 교과서에 싣는 둥 야단 법석이었다. 
 문자 메시지는 그러한 '제한된 공간에서 요구되는 빠른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답습하며 그대로 이어감과 동시에 90자의 제한으로 또 다른 변화를 나타내게 되었다. 문자 메시지를 이용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90자 안에(한국어는 띄어쓰기 미포함 30자에서 40자 정도의 글자를 쓰게 된다) 적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타이핑을 하는 ‘시간절약’을 위한 이모티콘이나 의성어, 말 줄이는 기술이 아닌, 문자 한 통에 하고 싶은 말을 다 써서 보내기 위한 압축을 시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 이해를 위한 최소한의 띄어쓰기만 사용하거나 (예를 들자면 ‘할 수 있다’라는 표준어 대신 ‘할수있다’라고 쓰는 것이다) 아예 띄어쓰기를 사용하지 않고 모두 붙여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띄어쓰기뿐만이 아니라 문자 내용을 쓰다가 90자가 넘어가게 되면 다시 이전에 쓴 내용으로 돌아가서 반복되는 내용을 지우거나 말을 줄이거나 하는 수정을 거쳐 90자 안에 들어 갈 수 있도록 내용을 압축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어찌 보면 그러한 작업은 최소한의 이해가 가능할 정도의 의사소통에 사람들을 익숙하게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정표현

  ① 네 문자는 너무 삭막해!

  별다른 이모티콘 사용이나 의성어 사용 없이 보낼 내용만 보냈기 때문이었다. ‘지금 뭐해?’의 답으로 ‘밥 먹고 있어’라고 보내는 것과, ‘밥 먹고 있어-ㅅ-)/’ 혹은 ‘밥 먹고 있어ㅎㅅㅎ’라고 보내는 것의 차이. 문자 메시지로 대화중인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라도 문자 메시지를 충분히 길게 쓰거나, 90자를 꽉 채우지 않더라도 문자 메시지의 끝머리에 귀엽게 느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붙여 줄 것을 요구하는 말이었다. 채팅과 같은 인터넷에서의 실시간 대화와는 다르게 문자 메시지는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고 받는 시간의 간격이 있어 순간순간 변하는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힌트를 주어야 한다. 상대방을 직접 보고 민감하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예의가 이모티콘과 의성어를 요구하는 것이다. 


  ② ㅋㅋㅋ의 사용, 감정의 필터링

싸이월드 광장 게시판 ‘“ㅋㅋ”만 붙이면..’ http://cyplaza.cyworld.nate.com/S10/20070530134215063329

  문자 메시지는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면서도 매스 커뮤니케이션과 많이 닮아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상황이 간접적이라는 것과 선별적 노출의 정도가 많다는 것이 그것인데[각주:1]  메시지의 흐름이 쌍방향 적이면서도 대면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은 문자 메시지의 표현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 표현하거나 반대로 감정을 숨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특히나 슬픈 감정을 숨기는데 있어서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른쪽의 예에서와 같이 무슨 말의 뒤에 ‘ㅋㅋ’와 같은 표현을 붙여 주어 어떤 표현이든 유쾌해 보이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 우울한 감정을 유쾌한 감정으로 가장하려고 할 때 대면 대화에서는 표정에서 묻어나올 수 있는 우울한 감정, 전화 통화에서는 어투에서 묻어나올 수 있는 우울한 감정을 그저 말미에 ‘ㅋㅋ’라고 붙임으로써 문자 메시지로는 아주 쉽게 가장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 ‘슬퍼’라고 대답하는 것과 ‘슬퍼ㅋ’라고 대답하는 것의 차이. 단지 웃음을 나타내는 의성어를 하나 덧 붙여 줌으로써 감정을 감추고 유쾌함을 가장해 농담처럼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감정의 필터링과 같은 맥락에서 특별히 한 번 짚고 넘어 갈 것은 ‘말줄임표’다. ‘…’라고 쓰는 실제 말줄임표 보다는 ‘...’ 마침표를 여러 개 이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말줄임표는 문자로 표현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있어, 손으로 직접 쓴 편지, 소설에서부터 문자 메시지까지 이어지는 아주 특이한 경우이다. 현대인들은 말줄임표의 유무, 그리고 그 위치, 정도에 따라 각각의 느낌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미안’이라는 표현과 ‘미안...’이라는 표현 ‘...미안’이라는 표현의 느낌, 또한 ‘미안...’과 ‘미안.....’은 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이다. 표정과 어투로 표현해야 했던 어감을 문자 메시지에서는 이렇게 문장부호의 위치와 개수로 표현하게 되었다.


  ③ 문자 대화를 끊는 고전적인 방법

  위에서 살펴본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감정표현과 같은 맥락에서 문자 메시지 대화의 단절을 유도할 수도 있다. 먼저, 문자 메시지를 계속 이어가는 방법은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의문형으로 만들어 보내는 것이다. 가령 ‘밥 먹었어?’라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 ‘응 밥 먹었어. 너는?’이라고 물어 보는 것은 상대방의 대답을 유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계속해서 이어지게 한다. 하지만 ‘응’이라고 답장을 보내면 어떨까? 상대방은 새로운 화두를 찾아 답장을 보내거나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얘가 나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구나.’ 상대방에서 자신이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의도로 대답을 짧게 하는 방법은 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쉽게 사용 할 수 없었던 방법이다. 하지만 간접 커뮤니케이션인 문자메시지에서는 대면에서 만큼 무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실제 그 답장을 보내는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긴 답장을 보내주던 사람이 답장을 짧게 하면서 동시에 이모티콘이나 의성어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문자메시지를 보낸이는 필히 무슨 일이 있을까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시간차

 문자 메시지의 특징 ‘감정표현’에서 살짝 살펴보았지만 문자 메시지가 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면서도 인터넷에서의 채팅과 같은 메시지와 다른 점은 인터넷 채팅에서는 없는 ‘시간차’이다. 문자가 가고 오는 시간의 간격이 있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에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알려줄 필요가 있음과 동시에 이 시간차가 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금 바쁜 일을 하고 있는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보낸 사람을 확인하고 친절한 답장을 보내거나 지금 바쁘다는 답장을 보내거나 혹은 답장을 뒤로 미룬다. 문자 메시지의 답장이 오는 시간차에서 역시 사람들은 상대의 상태를 추측한다. 



끝내며

 나에게 있어서 휴대폰은 참으로 귀찮은 존재다. 답장과 부재중 통화에 대한 의무감. 문자가 오는 소리에 도대체 누가 문자를 보냈을까하는 호기심. 그냥 날 좀 내버려 두시오! 하기엔 휴대폰이 주는 편의가 너무나도 많지만 귀찮은 것은 귀찮은 것이다.
 "사람들에게 ‘저기...’라는 문자를 한 번 보내보세요" 라고 기사에 난 적이 있다. 답장의 내용과 그 풍부한 어휘에 따라서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추측해 보자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저기...’라는 문자가 왔을 때 나는 그 기사 내용을 생각하며 최대한 성심 성의껏 답장을 보내주었다. 그 사람이 나의 답장을 보고 나를 어떻게 평가 했는지는 아마도 기사에 따라 '당신에게 큰 관심을 갖고 좋아하고 있습니다' 정도 였겠지. 문자 메시지를 통한 감정의 추측 그리고 감정의 위장.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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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커뮤니케이션학 입문 레포트 중 편집.
  1. Roger의 커뮤니케이션 분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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