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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다케우치 구미코 - 호모 에로티쿠스

by Desmios 2009. 7. 7.
호모 에로티쿠스 - 2점
다케우치 구미코 지음, 태선주 옮김/청어람미디어

  영국문화원 수업이 끝나고, 언니들과 같이 "우리도 스터디 하자!"하고 불타올랐다. 당장 교보로 직행! 교재를 고르자! 무엇으로 스터디 할까! 하면서 계속 찾고 또 찾았지만 결국 우왕자왕 하다가 내일 문화원에서 빌려주는 책을 찾아 보자는 식으로 미뤘다. 아오!
  영어원서로 된 소설을 보면서 느낀 것이, 우리 정서랑 달라서 그런가 얘네들은 책이 별로 흥미로워 보이질 않는다. 사람을 확 잡아 끄는 그런 게 없단 말이야. 아 그냥 영어 책이구나 하는 느낌 밖에 없다. (글씨가 눈에 안들어와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에 비하면 얼마나 눈에 확들어오는 제목인가!


 호모 에로티쿠스!

 그렇지만 선정적인 제목에다가 책 뒷면에 '정말 환상적인 책이었어요 -desmios696' 이런 문구가 써있는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번에도 속았다는 생각이 뿡뿡 든다. 다른 책을 읽고 나서도 가끔 속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끄는 문구로 나를 낚은 책을 읽고는 속았다는 느낌이 더 든다.  에로와 관련된 것은 앞쪽에 몰려 있고 그도 그닥 에로하진 않다. 뒤로 가면 갈 수록 에로보다는 동물행동학쪽으로 비중이 더 간다.


  그 중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간단하고 편리하게 아기 만드는 방법> 이라고 해서 동물행동학적으로 임신가능성을 높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보고 나서 생각하면 '그럴싸 한데'라고 생각이 되기도 하고 그정도야 나도 생각할 수 있겠어 하지만 달걀도 아무나 세우는 건 아니니까. 


<간단하고 편리하게 아기 만드는 방법>
 1. 여자가 공포감을 느끼게 할 것 ; 급작스런 정전, SM 플레이
 2. 여행지에서의 들뜬 기분
 3. 잠시동안의 별거 후 짧은 방문short visit 효과
 4. 파트너와 떨어져 있는다 ; 암컷이 불륜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 있는 경우 남자는 보다 많은 수의 정자를 방출함
 5. 싱싱한 정자로 미리 최전방을 갈아 놓을 것 ; 전전날에 먼저
 6. 배란일 이틀전을 목표로
 7. 남자(파트너)와 자주 만날 것 ; 월경주기가 짧아짐 - 냄새에 의한 것으로 추측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다. 어떤 상황을 연출해서 여자가 배란을 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싱싱하고 공격적인 정자를 준비할 것.

  그러면 그런거지 저 7. 남자와 자주 만날 것 항목을 설명하면서는
 그 매력을 떨어뜨려 가면서도 수염을 기른다. 이것에는 수염에 뭔가 상당한 효과가, 그것도 여자에 대해서 어떤 절대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 분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냄새입니다. 즉 수염이 듬뿍 자라면 그곳에 냄새가 모여 여자에게 배란을 재촉하는 효과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생각합니다'가 뭐야! 갑자기 기분이 팍 나빠지면서 전체가 다 거짓말 같잖아! 전부 추측성 같고 '과학적'이지 않아 보이잖아! 앗! 속았다! 생각하면 벌써 책은 반이 넘었다. 언제쯤 또 에로가 나올까 해봤자 안나올 것 같았기 때문에 그냥 그만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