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코린느 마이어 - 노 키드 NO KID

by Desmios 2009. 9. 4.

노 키드 :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 - 8점
코린느 마이어 지음, 이주영 옮김/이미지박스


 대한민국 삼 대 거짓말 중에 '처녀가 결혼 안한다' 라고, 결혼 안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 말 없이 '어디 두고보자' 웃으시는 아량 넓으신 분들도 '애를 안낳겠다'는 무시무시한 말에는 너... 괴짜 아니냐고 지적해주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가보다.

 저자도 서문에서 얘기 했지만, 내가 아무리 애가 얼마나 짜증나고 사악한 존재인가를 강변해봤자,
지금은 내가 어리니까 "철없는 소리"
만약 내가 나이가 좀 들었다면 "히스테릭하고 질투심에 사로잡힌 노처녀"
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내 속으로만 애 같은 건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무한반복) 절대 가지지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남의 애를 보며 짐짓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거짓말은 안하는 성격이라 귀엽다 이쁘다 얘기는 안한다)

 애는 토할 것 같은 존재라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시하거나, '아직 처녀라 그래' 결혼 해서 살다보면 애가 갖고 싶어 질거라고 얘기한다. 어찌어찌하다보니 눈이 삐고 애를 갖고 싶은 호르몬이 심하게 분비된 새댁이 첫째를 낳은 다음, 너무 힘들어서 절대 둘째는 안가질거라고 남편을 다짐시키는 것 같은데 어느새 보면 둘째를 임신해 있다. 콘돔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어차피 임신한거 태교나 할 마음으로 푸근하게 웃고 있는 척 하는 게 아니라면 그 아프고 힘들고 짜증났던걸 다 까먹었나 보다.

 책을 읽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책 읽느냐고 한 번 씩 들여다 보지않나? 내가 이 책의 제목을 보여줬을 때 긍정은 커녕 대부분 '에그머니나 이게 뭐야' 란 반응이었다. 특히 남자들. 아 뭐 이런 걸 읽어. 자기는 굉장히 어른이나 된 것 마냥 "누나 담배 피면 기형아 나온데요"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나온데요'에서도 알 수 있는 거지만 그건 누가 하는 소리를 따라하는 거지 진짜 자기가 아기에 대해서 알고 하는 소리도 아니다. 전형적인 어린애들이 하는 소리다. '아빠가 그런거 하지 말랬어요'

 여자가 군대 운운하면 '가본적도 없는 여자가 뭐 아는 게 있다고 군대 가자 말자 말을 해 똘아이 페미년'이라고 하면서 남자가 아기 운운하면 여자는 순종적인 표정으로 네네 그래야 하는 건가? 그래도 유전자 반은 자기거라는 거지. 여기서 남자는 임신을 안하니까 상관하지마! 라고 해봤자. '네가 이 고통을 알아?'정도의 투정 밖에 안되니까 (그런 마음이 들긴 하지만) 말은 안하겠다. (아차.. 이미 해버렸군)

 아무리 저자가 현실적으로 이러이러하니까 애는 별로야. 라고 말해봤자 사람들은 고개만 휘휘 저을 뿐이다. 어떻게 여자가 애를 안 좋아 할 수가 있어. 그런 사람들은 같은 어조로 어떻게 남자가 섹스를 안좋아 할 수가 있어. 라고도 할 것 같다. 피임방법이 이렇게나 발전한 세대에서도 사람들의 머리속은 섹스(+사랑)=애 라는 공식이 바뀌질 않는다. 애를 안낳겠다는 말을 섹스를 안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이거나, 섹스는 애를 낳기 위한 필요악 즉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섹스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어? 아노미냐 아노미야?)

 (전략) 임신한 여자 친구나 아내가 예뻐 보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는 남성이 많다는 것이다.
  임신한 기간 동안은 물론, 아이가 태어나도 금욕적인 생활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출산 때 회음부를 절개한 이후로는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설령 섹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도 몇 주 동안은 통증이 있어서 괴롭다. 그렇다면 회음부 절개란 무엇이란 말인가? 로베르가 말했듯, 회음부 절개는 출산 시 외음부에서 시작해 회음부를 찢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여성의 가장 은밀한 부위를 수술을 통해 찢는 행위다. 그런데 절개되는 이 부위는 일반적으로 성적인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부위이기도 하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이 부위 이외에도 다른 부위들이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회음부 절개는 가벼운 수술이라고 한다. 적어도 제왕절개란 큰 수술을 피하려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주 행해지는 시술이기도 하다. 회음부 절개는 다소 나은 차선책을 택하는 것이다. 마치 르 펜을 국가원수로 앉히느니 시라크를 선출하는 것과 어느 정도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제왕절개보다는 회음부 절개가 낫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하는가?

  내 일이 아니니까 임신 하는 데 그 정도 수술이야 뭐 어때. 라고 하고 싶은가? 아니면 그런 걸 안하면 된다고 할까? 아직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여성에게 할례를 시킨다는데 그건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나의 2세를 위해 그정도야 괜찮아 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가보다. 



 아래는 책의 내용이 잘 요약 되어 있는 <작가의 말>






사족. 군대 얘기가 나와서, 여자는 임신하니까 남자가 군대 가세요. 이 얘긴 줄 알고 눈에 불켜고 달려 들 것 같은데, 임신 안해? 그럼 니네도 군대가. 이러지 맙시다. 아 왜 그런 게 있어가지고 서로 사랑하기도 바쁜 세상에 편 갈라서 싸워야 하는 거야. 지겨움
사족2. 군대 얘기 꺼낼 생각 아니었는데, 삼대 거짓말 찾느냐고 옛날 블로그에 들어갔더니 엄청 옛날 글에 누가 군대 임신 운운하면서 남녀평등 어쩌고 저쩌고 해놔서 흥분했다. 퉤퉤  :: 링크
  1. 제1차 세계대전 때 친독일 정부를 세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