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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오토바이 도난, 신고, 발견

by Desmios 2009. 8. 12.

  7월 28일에 도난당한 오토바이를 2주 뒤인 8월 9일에 찾았다. 


  오토바이 도난당했어요! 하는 포스트를 올리지 못한건 어떤 분 말마따나 '다리가 잘린 느낌'때문에 너무 슬퍼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가 도난당한 후 일주일 간은 매일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설사를 좍좍하고 창문 밑을 지나가는 씨티 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곤했다. 그 다음주에는 필사적으로 마음을 가라앉힌 결과 설사는 안하게 되었지만 골목골목 애타게 오토바이를 찾아다니는 꿈을 꿨다. 

  간 오토바이는 간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고를 내는 바람에 수리비로 35만원이나 박았던 쮼은 자기도 오토바이 찾아 다니는 꿈을 꾸는 주제에 슬픈 얼굴로 말했다. 오토바이 없는 이주일 동안 쉰 한숨만으로 풍선 오백개는 충분히 불 수 있을 정도였다. 일요일이 두 번 지나고 설교로 마음을 두 번 쓸어 내렸으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에서 딱 내렸는데 오오 하느님 ;ㅅ; 이 것은 틀림 없는 내 스쿠터! 사이드 미러를 떼어 갔고 안에 있던 헬멧이 없어졌지만 이걸 이렇게 발견 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제기랄 깨면 어떻하즤? 대학 붙을 때도 설마 꿈은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두근두근 떨리는 게 계속 걱정이 되었다.

  도난 신고를 했었기 때문에 다시 찾았다는 말을 하려고 112에 전화를 했다. 저번에 주운 물건 되돌려 받을 때도 그렇고 난 영 경찰이랑은 상성이 안좋은가 보다.
  사실, 50cc 미만의 번호판도 없는 스쿠터를 도난 신고 하는 건 쉽지 않다. 서류도 없고, 소유주도 명확하게 없고, 차대번호가 뭔지도 모르고, 생김새만 대충 듣고 돌아다니다가 아무 오토바이나 이거 훔친거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도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아저씨 세 명 중 두 명은 번호판이 없다는 얘기를 듣자 마자 그런걸 어떻게 찾냐고 더 듣지도 않고 경찰차로 돌아가버릴 정도였다. 그나마 한 아저씨가 더 자세히 물어보고 적어가서 진술서도 썼지만 신고한 나조차도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특징만 듣고 순찰돌다가 발견하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한 달에 몇 건씩 도난 신고가 들어온다는데 


  도난당한 오토바이를 찾았다 신고해서 수배를 철회하고, 사건 종결하려고 할 때도 차대번호나 번호판으로 확인을 할 수도 없고(신고 할 때는 차대번호가 뭔지도 몰라서 말도 못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접수도 안해주는 데 어떻게 접수가 된지 모르겠다면서 한참 여기 전화하고 저기 전화하고 난 파출소에서 놈3를 한시간 넘게 했다. 공공기관이 두리뭉실 하지 않은 건 좋은데 이런 건 좀 짜증나는구먼

  비 그치면 수리센터로 끌고가서 뜯어봐야 겠다. 견적 많이 나오면 그 때는 슬퍼질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 꼴 보아 하니 좆고딩들이 훔쳐 갔다가 근처에 버린 것 같은데 저주 받아 불능이나 되어 버려라! 아이쿠 마음 비우기로 했으면서 무심코 본심으로 저주 해버렸네, 음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