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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문국진, 우에노 마사히코 -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by Desmios 2009. 10. 31.
한국의 시체 일본의 사체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문국진 외 (해바라기(양상호),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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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에노 마사히코라는 법의학자를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친구 따라 도서관에 갔다가 선정적인 제목에 끌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것,
우에노 마사히코, 시체는 말한다

혹시나 출처 시비가 붙을까 말하는 건데, 직접 찍어 옛날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임

 그 당시의 나는 시체니 죽음이니 피니 하는 것에 열광하던 중2병의 영향권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1990년에 나온 그 낡은 페이퍼북을 집어 들고 몹시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는 법의학[각주:1]이라는 분야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 감찰의제도의 필요성을 촉구하기 위해서 기술했지만 나는 남자 시체가 썩을 때 거시기가 멜론만큼 부푸느니 하는 걸 보면서 시시덕 거렸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법의학에 대한 개념을 잡게 되었으니 이정도면 괜찮지 않은가?

  그 이후로 한동안 이 책에 대해서 잊고 있다가, 최근에 쮼이 군대에 가면서 책 읽을 시간이 많아져서 본격적으로 쮼의 독서레벨을 높히기 위해 2년 군인(공군) 독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던 차에 재밌게 읽었던 책이 생각 났던 것이다. 다시 읽어 보고 싶었지만 학교 도서관에는 없었고 동일한 저자가 한국 법의학자와 '죽음과 주검'에 관해 대담한 책이 있길래 가서 빌렸다. 미련하게도, 똑같은 저자(문국진)의 책을 한 권 더 빌려서 같은 에피소드를 또 읽는 지경이 되긴 했지만 (나는 어째 몇 번이나, 같은 저자 책을 연속으로 읽어 식상해 하는 경험을 했으면서도 배우는 게 없냐) 재밌고 신기하긴 하다.


1. 부검에 대한 한국인의 사고 방식 : 두벌주검

  "삼대를 멸하고, 역모자중 죽은 사람은 시체를 꺼내 참수하라!"
대강 이런 대사를 통해서 죽은 시체를 꺼내서 '욕을 보인다'는 것이 뭔가 대단히 불유쾌한 일인가보다 짐작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런 사고에 대한 단어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두벌주검이란 두 번 죽는다 혹은 '죽은 뒤 해부나 검시 또는 화장을 당한 시체'라는 뜻이다. 그리고 부검에 대해서도 '죽은 사람을 두번 죽인다'고 반대 하는 사람도 꽤 많다고 한다. 


2. 시체의 출산에 놀라는 일본인 : 관내분만棺內分娩

  관내분만이란 '시체의 복강 내에 부패가스가 생기면서 이 가스가 밀어내는 힘으로 임산부의 사체에서 아이가 밀려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그럼 궁금해 지는 것은

  베르세르크의 주인공 가츠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만화의 맥락을 살펴보면 가츠는 여러사람을 목메달아 죽인 나무 근처, 죽은 모친의 다리 밑에서 주워졌다. 얘기를 봐서는 아무래도 위에서 얘기한 관내분만을 통해 태어 난 것 같다. 임신한 가츠의 어머니가 목이 매달려 죽게 되었다. 모체를 통한 영양공급이 중단되고 모체가 부패하면서 생긴 가스에 의해 가츠는 밀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지만, '양수'가 아직 증발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양수와 함께 밀려 나온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얘기겠지? 만약 가츠가 태내에서 충분히 자라기 전에 모친이 살해당했거나, 태외로 밀려 나왔지만 발견되기 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분명 가츠는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가츠의 인생은? -> 베르세르크를 보시라 (참고로 19금)


3. 한국의 효와 유교, 그리고 신상필벌

  책의 마지막에 붙어 있는 '일본 법의학자의 글'의 일부다.
  일본은 오랜 동안 긴장할 만한 국제문제도 없고 국내 경제도 안정되어 생활은 풍요롭고 무사안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만 평화불감증에 걸려버렸다. 범인을 붙잡으면 한 번 죽여보고 싶었다,라고 말하거나 말도 안되는 동기를 댄다.
  "한국은 어떻습니까?"
  "자동판매기 드링크제에 독약을 넣어서 불특정인을 죽이는 어이없는 장난 같은 범죄는 있지만 일본과 같은 사건은 없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사건도 없습니다."
  과연 예상대로였다. 한국과 일본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한국에는 징병제도가 있어 스스로 조국을 지킨다는 의식이 있다. 또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연장자를 중요시하는 유교의 가르침이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다. 
  다른 책- 명화로  보는 사건(문국진 지음)에도 우에노 마사히코 선생님이 축하의 글을 썼는데,
  최근 일본인은 평화로운 분위기에 너무 젖은 나머지 아무런 동기가 없이 살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살인범을 체포하여 조사해보면 '한 번 살인을 해보고싶었다' '사람을 죽이면 왜 안 되냐?' 등과 같은 말까지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은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징병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부모에게는 효를 행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의 가르침이 교육 속에 살아 있어서 일본과는 사회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지금은 한국도 많이 변해서 (2002년 책이 쓰여졌고 현재인 2009년 까지 7년여 세월밖에 지나지 않았긴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형이 동생을 죽이고, 연쇄살인, 노인살인 등등 '부모에게 효를 행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별 일이 다일어난다. 교육이 부족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변명한다면 그런 흉악범에게 '술취해서 그랬으니 형량 좀 깎아 줄게'라는 판결을 내리는 교육을 충분한 사람들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사람을 죽이면, 설령 그 사람이 죽었어도 법의학자들의 손에 의해 그가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웅변할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신상필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추신. 징병제도와 '자신의 나라를 스스로 지킨다' 를 연관 시켜서 한국의 분위기에서 논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군대는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치는 곳이 아닌가?
  1. 법-의학(法醫學)[버븨-/버비-] 〔법의학만[버븨항-/버비항-]〕ꃃ〖의학〗 의학을 기초로 하여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실 관계를 연구하고 해석하며 감정하는 학문. 응용 의학의 한 분야이다. 살인에 대한 사인, 범행의 시각 판정, 혈액형에 의한 친자 감정과 같이 재판상의 사실 인정을 위한 증거를 의학적 견지에서 채집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범죄 의학‧법의04(法醫).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