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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그래도, 사랑을 하자?

by Desmios 2009. 12. 11.

  내가 1학년이었을 때 3학년이었던, 두 학번 차이나는 언니에 대해서 기억해 보면 그 언니는 정말 나이가 많고 뭔가 굉장히 어른같이 보였던 기억이 난다. 학교 구석구석이 익숙해 보이는 발걸음, 편안한 동아리 생활. 정말 언니의 언니 같구나 하고 멀리만 보았던 바로 그 3학년이 나 자신의 학년이 되었다. 선배도, 동기도 있고, 후배도 두 학번 생기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 나가는 사람, 떠나는 사람 많이 있었던 것 같지만 요즘처럼 떠나가는 사람 때문에 가슴 답답한 적이 없었다. 아마 이전까지는 그렇게까지 실감을 못했기 때문이리라. 요즘은, 아니 지금은 떠나는 사람이 뽑혀나간 마음의 자리가 피가 배어나오듯 울컥거린다. 맥박에 맞춰 욱씬거린다. 그러니 이제 이 문제를 좌시할 수가 없다.
 
  나는 사람을 사귀면서 내 자신의 방어벽을 조금씩 허물었다. 그 쪽에서도 야금야금, 내 쪽에서도 야금야금. 그는 훌쩍 떠났지만 나는 유리판이 된 방어벽을 마주하고 다시 벽을 쌓아햐 하나 내 몸으로 힘껏 막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내 주먹 원 밖의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어른어른 비친다. 그들의 실상을 알지 못하면서도 나는 손을 내밀어야 할까? 또 다시 가면을 내리고 맨살을 내밀어,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가슴을 열어 보여야 하나. 칼침을 맞은 자리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안녕하세요. 언젠간 죽을 여러분."

  우리 모두는 떠나갈 사람이다. 영영 보지못하게 될 사람들이다. 꿈에 나오다가 다음 추억에 의해 점점 밀려 사라질 사람들이다. 알고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있지 못했다. 죽고싶다고 생각했지만 죽지 못했던 것 처럼.
  알면,
  이제 알았으면 사람을 사랑하지 말아야할까? 떠나갈 것을 알기 때문에? 몰랐던 것도,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아니면서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은 괴롭다. 너무나 괴롭다.
 내일 떠날 너를 사랑해야 하나? 언젠간 죽을 사람에게 나를 주어야 할까? 따귀를 맞을 각오를 하고 손을 내밀어야 할까? 울음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웃어야하나? 다시 고파질 배를 채워야하나? 인간이 한 번 먹고 죽기 직전까지 밀려오는 끼니의 파도 앞에서 모래성을 세우는 운명이 되었을 때부터 이 모든 헤어짐은 예정되어있다고도 볼 수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전과 이후의 사람들은, 그런 거대한 허무감을 마주 포옹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일까.

  아직은, "그래도 사랑을 하자"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두려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