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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_설

사람과 사람의 2009년

by Desmios 2010. 1. 2.

  어느새 2010년이 되었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모든 새해 보다, 새 나이가 입에 착 달라붙는 해인 것 같다. 매년 새 나이를 외울만 하면 또 나이를 먹어서 불쾌했었는데 올해는 아주 나이가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올해 죽을 일이라도 생기는 건지 아니면 죽기까지 10년이 딱 예쁘게 남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벌써 2010년이지만 2009년을 보내기가 나는 아쉽다. 2009년을 보낼 준비도 못할 정도로 너무 바쁘게 연말을 보내서 그런가 보다.

  쉬기도 화끈하게 쉬어 봤고, 질리고 질려서 이제는 공부를 해야 겠다 생각 할 정도로 게임도 해봤다. 크게 일도 한 번 벌여 봤고, 울어도 보고 울려도 보고, 고개도 숙여보고 도움도 줘봤다. 그렇지만

  2009년이라면
  무엇보다도 사람과 가장 많이 엮인 해라고 할 수 있겠다.

  친구를 꼬셔서 같이 살게 되었고
  남자친구 군대 가기 전에 매일 붙어 다녀 보고, 군대 보내고 헤어지고
  어울리지도 않게 단체로 몰려다니면서 애들 밥도 사주고 집에서 재워도 주고
  술마시고 꽐라되서 업혀도 가보고 역하렘을 즐겨도 봤다
  사랑하는 동기들 군대도 보내고 다시 돌아오는 동기 받아도 보고
  부흥2007처럼 실수해서 믿는 도끼에 잘못 찍혀도 보고, 잘못 찍어도보고
  군계일학을 골라도 보고 내 군대를 만들 욕심에 폰Pawn들을 키우기도 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참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눴지만
  외로웠다.
  언젠간 기필코 내 손을 떠날 아이들인걸 알면서도 웃으며 얘기를 나눌 때 참 외로웠다. 손은 잡아 주지만 어깨 기댈 곳이 없어 외로웠다. 나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외로웠다. 가는 사람 잡지도 못했고 오는 사람 막지도 못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러니 2010년은 비우며 살아야 겠다. 사람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정갈하고 단아하게 살아야 겠다. 부대끼며 살아서 몸에 밴 사람 냄새 좀 빼고 고아해져야겠다.


Pentax K20D, f.8, 1/500, ISO800, 40mm

 "혼자서 걸어가며, 악을 행하지 않고 바라는 것도 없다. 숲 속의 코끼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