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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에케하르트 로터, 게르노트 로터 - 비너스 마리아 파티마:쾌락은 어떻게 악마적인 것이 되었는가

by Desmios 2010. 3. 25.

비너스. 마리아. 파티마 - 4점
에케하르트 로터 외 지음/울력

 분명 방학 시작하면서 빌린 것 같은데 드디어 다읽었다. 방학 시작하고 나서 도서관에 가면 기분이 업되 가지고. 오호! 이정도는 다 읽겠지 하는 마음에 무리해서 책을 빌려오는 경향이 있는데. 쉽게 읽히는 책을 골랐으면 예상대로 다 읽지만 '흠, 그래도 나도 교양 대학생 지식인인데 이정도는 읽어줘야지'라고 생각했던 책은 제대로 다 읽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무튼, 이번 방학의 희생양은 바로 이 '비너스 마리아 파티마 : 쾌락은 어떻게 악마적인 것이 되었는가' 였고. 한 세번은 다시 빌린 것 같지만 기어코 읽긴 읽었다. 그러나 문제점,

1 .... 독후감은 쓰고 싶지만 내용이 기억안나!!!

2 게다가 그래서 쾌락이 '어떻게' 악마적인 것이 되었다는 건지 모르겠어!

그런데 여기 친절하게 역자 후기에 요약을 해놨다. 히히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종교에 의해 규율된 성' 이다. 이 책에서 저자인 게르노트 로터와 에케하르트 로터 형제는 태곳적 신화 시대의 자유로운 성이 어떤 식으로 종교(기독교와 이슬람교)에 의해 악마적이고 몹쓸 것으로 규정되었는지를 통사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고대 동방에서는 성의 쾌락적인 면을 강조하고 성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동방에서는 성과 쾌락을 '위대한 여신'의 하사품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가부장적 일신교인 기독교가 서양에서 그 우위를 점하면서 근동 지역에서 자생해 서양으로 전파된 '위대한 여신'에 대한 개념과 성을 신격화시키는 양상은 사라지게 되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이슬람교가 영향력을 확대해 가면서, '위대한 여신'에 대한 기억을 말살하려 하였다. 자유로운 성과 쾌락을 상징하는 이교의 여신을 말살하기 위해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겉으로 보기에 상이한 기독교와 이슬람교, 이 두 종교 사이에 놀랄 정도로 유사한 면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결국, 쾌락이 어떻게 악마적인 것이 되었느냐는 물음에 대해 '종교의 영향'으로만 설명했다는 것이었는데, 별다르게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어서 '결과적으로' 재미는 덜했다. 무엇보다, 고대의 종교와 여신의 이름에 대한 기원을 많이 살펴 보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되면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조금 재미있었던 것은 중세 천주교 성직자들의 성 관련 추문들인데, 뭐 수녀원장의 임신이나 교황의 첩 등등 이렇게까지 타락했던 주제에 고상한 척을 하다니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옛날 얘기니까 지금은 안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고 싶긴 하지만 관심이 없어서 별로 상관 없다.

  책을 보고 있으면 왠지, 종교를 이용해서 죄를 여자들에게 뒤집어 씌운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원죄를 일으킨 것도 여자의 탓이요, 인간이 낙원에서 쫓겨난 것도 여자의 탓이요, 남자가 성적 욕망에 빠지는 것도 여자가 존재하기 때문이요, 여자는 사탄의 악의 도구, 여자를 믿지 말자. 어쩌고 저쩌고. 도대체 여자가 뭐가 그렇게 무서울까.
  어떤 책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그러한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악의 축으로 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여성 없이는 남성이 존재 할 수 없고, 자신의 존재가 여성으로 부터 왔다는 점을 들어 볼 때 여성의 신성(神性)을 용납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혹은 여성에게 차인 남성이 홧김에 '모든 여자는 악해! 믿지 말자!'하는 히스테리 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자에 대한 남자들의 히스테릭한 광기가 터져나와 미친 만행이 되었던 유명한 역사적 사건도 있다. 근래, 강력 성범죄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성폭행을 당한 사람이 경찰에 가서 겪는 2차 피해는 여전한 것 같다.

◈ 수사과정에서 2차 피해

처음에는 경찰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들이 수사 도중 고소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2차 성폭력'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20대 여성인 D씨도 전 남자친구에게 강간을 당한 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성폭행 발생 당시 D씨가 소리를 질렀던 상황을 설명해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D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자 경찰은 "왜 그렇게밖에 소리를 못 질렀느냐. 더 크게 소리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D씨를 다그쳤다.


  남자의 입을 통해, 남자들은 여자만 봤다하면 다 정신이 나가기 때문에 여자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은 얼마나 희극인가. 남성의 이성이니 뭐니 하면서 온갖 고상한척 위대한척은 다하던 사람들이 이런 때만은 자기를 지지부진 정신박약 걸린 것 처럼 얘기한다.
치사하고 아니꼽기 그지 없다.

  이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구절이 책에 있었으니

p 317
  "만약 남자들이 여성에게 유혹거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해도, 그들에게 몸을 가리고 얼굴에 베일을 쓰라고 명령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남자의 끈기가 여자의 그것보다 약하다고 여기는 걸까? 충동적 성향을 억제하고 쾌락을 제어하는 점에 있어서 사람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약하다고 여기는 걸까? 모든 면에서 여자가 강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것일까? 그 때문에 남자들에게는 그가 아무리 미남이라 하더라도 여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도 좋다고 허용되는 것일까? 남자의 오성의 힘이 정열적인 충동적 성향에 몸을 내맡기게 되면, 여자가 추하게 보이든 혐오스럽게 보이든지 간에 그에게 다가온 모든 여자들의 유혹에 남자들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들 아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완전히 금지되었는데도 말이다" (Abduh의 책, 2부 112쪽)

 또, 자기가 발기불능에 걸린 것을 여자-마녀 때문이라고 몰아서 어떻게든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하고 싶은 슬픈 남성들의 이야기도 있다.

p325
  이 마법으로 마녀는 악천후를 부르고 조산과 성교 불능(임포텐츠)을 만들었으며, 남자의 음경을 아주 사라지게 만들었다. ... 한 남자의 눈에 부인이 추하게 보여서 "남근을 빳빳하게 세우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필시 마녀의 농간이다.




그외의 몇 가지 재미있는 구절을 살펴보면

p303
 오늘날 이슬람 세계 여인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서구인이 가지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 이미지에서 보면 아주 새로운 측면이다. 이런 시각이 하렘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제공하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유럽과 미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난혼(亂婚)을 두고 볼 때 일부다처제에 대한 비난은 뭐 뭍은 개가 뭐 뭍은 개 나무라는 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p311
  ... 이는 알 가잘리에 의해 인용된 소위 예언자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 즉 "남성의 음경이 발기하면 오성의 삼분의 이는 사라져 버린다" ...



  결론적으로, 우리와 너네. 를 나눠서 남탓을 하는 건 추하다. 이제 좀 철이 들었으면 그러지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