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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이지적 성

호아그 레빈스 - 그리고 인간은 섹스머신을 만들었다

by Desmios 2009. 10. 23.
그리고 인간은 섹스머신을 만들었다 - 4점
호그 레빈스 지음, 한지엽 옮김/엔북(nbook)

  미국 특허청에 숨겨져 있는 성의 역사 라는 부제로, 이 책에서는 성과 관련된 발명품들을 시대와 카테고리를 나누어 나열한다. 성관련 발명품을 통해서 사람들의 성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시대상(예를 들자면 전기가 발명/견/되었을 때는 성관련 용품에도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참 많았다)에 대해서도 충분해 옅볼 수 있었기 때문에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발명품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고, 어떤 것은 참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기발하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두 부분인데 그 중 하나인 강간방지기구에 관련된 것은 조두순 사건을 얘기하면서 따로 쓸 계획이 있으니까 나머지 하나인 성관념의 변화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저자에 의하면, 초기의 성관련 발명품들은 피임이라는 목적을 명시하거나 홍보해서는 안됐다. '생식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성교'는 죄악시 되었던 시대적 분위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이전 시대의 특허 출원자들은 성적인 것을 기술할 때면 사죄의 말을 첨부하였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가며 성적 행위가 오직 임신을 위한 것임을 언급하곤 했었다." 어째서 그런 사고 방식을 갖게 되었는가 하는 역사적 연구는 다른 책에 써있으니 다음 기회에 논해 보도록 하고, 1930년대 성관념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발명품에 대한 장문의 특허출원글을 함께보자.

 (전략) 시카고의 로렌스 M. 스미스는 1933년 그의 특허출원 신청서에서 이런 전통을 깼다. 공개적으로 성적 쾌락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것이다. 스미스의 발명품은 음경 보강 기능과 클리토리스 자극 기능을 동시에 행하는 기구였다. (중략) 발명의 배경에 대한 그의 설명서는 이 분야의 특허 출원 중에서는 가장 긴 글로서, 당시의 변화가 어떠했는지를 옅볼 수 있는 장문이다. 그의 글을 일부 인용해 보자.
  「본 발명품은 성행위시 남성 성기에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는 효과를 주는 기구이다. 그리고 혐오스러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남성과 여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시킨다. (중략) 성교를 할 때 남녀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절정감 없는 흥분, 또는 과도한 흥분만을 일으키고 마는 경우는 허다하다. 보통의 경우 여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이는 남성들의 무지나 충분한 배려의 부재, 또는 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간의 부조화에서 비롯된다. 이런 부조화의 경우, 본 발명품과 같은 기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략) 
 특허 심사위원들은 스미스의 특허품 심사에 29개월이나 끌었지만 마침내 1935년에 특허를 내주었다.

  한국에서는 성희롱을 위한 음담패설을 제외하고 옷 아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배가 아픈 이유를 물었을 때 '생리통이야'라고 말하는 즉시 상대의 겸연쩍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겸연쩍어했던 대상은 동성들끼리의 술자리에선 자기 SP가 어쩌니 룸사롱이 어쩌니 도우미 운운하기도 쉽다. 오 이런 이중성! 
  1957년 인디애나 폴리스의 존 J. 브리그스가 내놓은 특허 출원품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그의 발명품은 실제 크기보다 큰 음경 모양의 고무 제품으로, 발기부전 환자의 음경에 착용하도록 한 것이었다. 브리그스는 그의 특허출원에서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본 발명품은 남녀 간, 특히 부부 사이의 평화와 조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종족 번식을 포함해 인류의 복지와 행복에 기여하기 위한 제품이다」

그러니까 말하고 싶은건,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 되도 않는 모험담을 늘어 놓지 말고 좀 진지하고 시쳇말로 '건강한' 성 지식을 쌓고 부부사의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좀 하라는 말이다.

 ... 평화를 위해! ㅋㅋㅋ 정말 재밌는 말아닌가? 왜 마님이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겠는가. 잘 생각해봐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