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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즐거움

[영화] 할 ; 헐.. 스멜 오브 아마추어

by Desmios 2010. 12. 8.
감독 윤용진 (2010 / 한국)
출연 우상전,조용주,안홍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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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자꾸 블로그를 켰다 껐다 하면서, 나 뭔가 쓸 게 있었던 것 같은데.... 하다가 겨우 생각났다. 나 영화를 봤다.


  성신여대 근처에 있는 아리랑 시네센터에서 한다기에 아싸 가깝다 보러가기로 했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대상포진에 걸려서 요양차 고향에 내려가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영화를 혼자 본건 처음이야! 아, 애초에 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이구나.. 아리랑 시네센터에서는 예전에 2011인가를 보러 한 번 간적 있었는데, 그때도 생각했지만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좋다. 그래도 혼자 팝콘이랑 콜라까지 들고 종교철학 영화를 보는 건 왠지 쑥쓰러워서 소심하게 비타민 워터를 사서 들고 갔다.

아무튼 간에, 혼자 궁상 맞았다는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영화 할 설원장면

  요즘 몰래 RSS 추가해놓고 보러다니는 블로그에 (.... 업데이트가 자주 되는 건 좋지만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니 며칠 밀린 날은 보기가 싫어진다) 할 포스팅이 있었는데 바로, 이 장면에 꽂혀 버려서 나는 혼자서라도 영화를 보러 간 것이다. 아니 이런 영상미라면 보겠어! 보고 말겠어!
  사실 덧붙이자면, 독립영화-인디영화-아무튼 인디 어쩌고 하는 아마추어작품-은 좀 질이 떨어지더라도 응원해줘야 한다는 엘리트 의식 비스꾸무리한 오만이 없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_ _

  영화를 보러 갔을 때는 11월 24일 수요일 13시 50분 막방. 나도 표 들고 인증사진같은거 찍어볼까 하고 표 안 버린 것 같은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블랙홀로 사라져버렸다. 방안은 개판, 잃어버린 종이가 가는 나라에서 행복하기를.
  잃어버린 영화표와는 별개로 보는 동안에는 계속 무엉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불교 관련된 책도 설법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원래 불교가 저렇게 화두만 던지고 사람 속타게 하면서 대답 못하면 때리고 껄껄 웃기만 하는 건가 아니면 저 스님 캐릭터만 그런건가, 아니면 저 스님 캐릭터를 잡을 때 분명 뭔가 정형화된 모습을 잡았을 테니 대부분의 스님은 그렇다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영화 할 전단지

클릭하면 커져요


  내용은 위에 써있고... 1교시, 2교시 하면서 나뉘어 있다. 학교 다니던 생각이 나면서 영화를 교시, 로 구분했으니 분명 6교시 까지 있으리라? 하면서 6교시까지 잘 모르겠어도 참고 들었는데 10교시까지 있다니 불법 보충수업이다! 체길!
  처음에는 화두뿐인 대화가 불만족스러웠는데 좀 지나니 화두를 툭툭 던져 놓는 것은 익숙해졌다. 여전히 그래서 도대체 왜 그게 답이라는 건데? 는 영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영화 속의 인물이 얻은 답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내가 화두를 생각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서 마음 속에 담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유리가면 22권

내가 땅이고 내가 물이고 내가 불이죠.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향나무로 부처상을 깎는 우천이(주인공)에게 큰스님이 그래서 부처가 다 완성되면 "그게 부처냐, 향나무냐"라고 물었을 때다. 네- 우주는 하나입니다. 나도 유리가면을 꽤 좋아해서 지금까지 많이 봐온 대사라, 세계와 내가 동일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는데도 '이 것이 향나문가 의자인가'하는 대사에서 뭔가 딱! 하고 와닿았다. 그렇쿠나!

  그렇지만 그건 거기까지. 이 영화에서 가장 실망한 점은 큰 스님의 '이놈! 허허' 캐릭터도, 우천역인 조용주씨의 머리기른 모습도 (계속 삭발해줘요!), 사제복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안홍진씨도 (누구한테 빌려 입었어!), 가짜 가슴임이 분명한, 남자 손을 가지고 있는 비구니 역할도 아니었다. 그것은-

스멜


  감독인 윤용진씨. 난 cf 잘 몰라서 잘은 모르지만, 영상미는 와오, 괜찮은데- 잘 짰다. 이런 느낌이 드는 곳이 군데군데 많았다. 사실 그 것에 낚여서 가기도 했고. 그렇지만 직설화법의 연출과 빤한 상징(... 뱀과 사과는 정말 안되겠더라) 무엇보다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점을 찾는다고 하면서 성경에서 비슷한 구절을 찾아 보여줄 때마다 화면 가득 나오는 성경책 화면, 게다가 조금씩 바뀌면서 반복되는 그 화면과 빨간 밑줄은 '느낌이 아니'었다.
  확실히 난 영상 찍는 법도 모르고, 구도도 서툴고, 스폰을 끌어 올 능력도, 배우와 함께 할 아량도 안되고 영화판에 발목 좀 담궈본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지 않은가? 나같은 사람 보라고 만든 영화 아녀? 화면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내용이 손이 오글거리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왜?

영화 할 장면

이 장면 화면 분할도 아주 좋았다



  바로, 그 내용. 종교와 철학, 기독교와 불교, 그 공통점이라는 바로 컨텐츠의 핵심인 그 부분에서 아마추어의 냄새가 났다. 많이 들어본 얘기라 참신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그 중요성도 같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종교에 대한 일차적인 생각 밖에 안된다. 모든 종교의 뿌리는 같고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고민한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면 그 과정에 있어서라도 깊은 고민의 흔적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만 이건 무엉? 고민을 화두식으로 보여주면 어째. 우천이만 알고 나는 모르는거? 게다가 결국 알았다는 걸 나도 알긴 하겠지만 그래서 무엉?

  또, 스님이 주인공이라 비중이 불교쪽으로 기울어 졌을 것 같다, 성경은 구절만 나온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난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마지막 날 영화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연장 상연을 하는가보다. 왠지 기쁨! 조금씩 조금씩 입소문나서 한명씩 두명씩 보러가고, 이 영화가 대박나라! 라는 말은 못하겠지만, 비슷한 영화를 만드려는 사람들이 더 용기를 얻고 같은 사람들의 더 좋은 영화가 또 나왔으면 좋겠다.

아리랑시네센터에서 13:50! 자세한 안내는 아래에 있다.
  아리랑 시네센터 http://cine.arirang.go.kr/
  할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halmovie


그리고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ㅋㅋ


 키... 이 장면 처음에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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